동호회 총무와 롱테일의 법칙

경제학을 처음 배우면 수요 곡선, 공급 곡선을 배운다. 가로축은 ‘양’, 세로축은 ‘가격’으로 한 평면에 그려진 수요 곡선을 보면, 오른쪽으로 갈수록 내려가는 우하향 곡선 형태를 띠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소비자의 수요가 적을 때에는 가격이 높아도 사려고 하지만 수요가 많아지면 희소성이 줄어들어 가격은 떨어진다. 보통 수요 곡선은 꼬리 부분에 가면 급격하게 축에 가까워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꼬리가 매우 길어지고 두꺼워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한계로 수요 곡선의 꼬리가 그리 길지 않았으나 인터넷과 같은 다양한 유통 채널이 등장하면서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져 꼬리가 훨씬 길어지고 있다. 이런 ‘긴 꼬리 현상’을 ‘롱테일(The Long Tail) 법칙’이라 부른다. 이것은 유명 IT 잡지인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만든 단어다. 롱테일 법칙은 개미 고객이나 비핵심 제품의 80%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위 20%를 대상으로 하는 귀족 마케팅 대신 긴 꼬리 마케팅을 주장하는 것이다. 디지털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대에 상위 20%에 집중하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80%의 고객과 제품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민주의 경제법칙 101 중에서)

이 롱테일의 법칙이 동호회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창회나 동호회를 운영하다 보면 늘 참가하는 사람들만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실제로도 그렇다. 한 학년에 600-700여 명이 졸업하는 동창회에도 나가보면 늘 보던 얼굴이 보이고, 강당은커녕 식당을 채우기도 버겁다. 이런 열성회원들을 보면 회장. 총무의 입장에서 보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데 열성회원의 수자가 전체 회원의 수에 비하여 너무 작으면 또 문제가 된다. 늘 하던 대로 하고, 변화가 줄어든다. 너무 익숙하다 보니 다양성이 줄어들고,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그냥 편하게 해~’라는 한 마디에 회장. 총무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가끔 오던 회원도 왔다가는 열성 회원들의 대화 속에 끼어들기가 어렵다. ‘어제 인사동 북카페에서 독서토론회를 했는데, 강사가 좋았다’라고 말하는데, 그 분위기를 모르니 옆에서 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자기네들끼리만 논다’라는 불평이 나온다. 모임 참여도가 낮은 회원이 많을수록, 회장과 총무가 할 일은 많아진다. 그 사람들을 참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발전의 여지도 넓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일 회장과 총무가 롱테일에 속한 회원의 참여를 촉진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모임의 발전은 현재가 끝이다. 회원의 수자 전체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회원들의 참여도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인터넷이 있어서 얼마든지 회원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는 수 만 명인 인터넷 동호회도 많다. 그런데 그 수자만큼 열성회원이 있어야 모임의 의미가 산다. 꼬리를 길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앞부분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