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필연적 하락 법칙' 文 대통령도 왜 못 피하나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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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모두 임기초 고공행진하다 갈수록 추락정치학에 ‘대통령 지지율 필연적 하락 법칙(the law of inevitable decline)’이란 것이 있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 고공행진을 하던 지지율이 임기 말로 갈수록 하락하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제든, 내각제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 대통령도 80%대에서 3월 30%대 중반 최저 기록
권력형 수사 향방따라 지지율 다시 출렁일수도
4월 재·보선에서 여당 패배한다면 레임덕 가능성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자료를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 2분기에 57%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수서 비리 등 각종 의혹들이 터지면서 5년 차 2분기엔 12%로 내려앉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년 차 2·3분기 8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청와대 칼국수’로 대표되는 서민적 행보와 하나회 청산 등에 크게 힙 입었다. 그러나 한보게이트 등이 터지면서 집권 5년 차 2~4분기엔 6~8%로까지 내려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년 차 1분기에 71%를 나타냈다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5년차 4분기엔 24%를 기록했다.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와 아들 금품 수수 의혹 등이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1년 차 1분기 60%를 기록했으나 행담도 게이트 등의 여파로 미끄럼을 타면서 4년 차 4분기엔 16%로까지 하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과 다소 다른 지지율을 나타냈다. 임기 1년 차 1분기 52%였던 지지율은 불과 2,3개월만인 2분기 21%로 급락해 5년 임기 전체 중 가장 낮았다. 임기 초반에 급락한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때문이었다. 쇠고기 파동이 가라앉으면서 지지율은 서서히 올라 3년 차 2분기에 50% 가까이로 회복했다가 임기 말 23%로 다시 내려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년 차 3분기 60%로 정점을 찍은 뒤 최순실 파문 여파로 퇴임 무렵 한자릿수로까지 추락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궤적을 밟고 있다. 한국갤럽이 문 대통령 임기 시작 직후인 2017년 5월 30일~6월 1일 실시한 첫 국정 운영 지지율 조사(전국 유권자 1004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긍정 평가는 84%, 부정 평가는 7%를 각각 기록했다. 이후 소폭의 급등락은 있었지만 추세는 꾸준한 하락세였다. 지난 3월 셋째 주(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긍정평가는 37%로 내려갔다(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리얼미터 조사에선 긍정 평가가 34.1%로 최저를 나타냈다.
보통 1000명 안팎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다. 1000명을 17개 광역자치단체로 나누면 1개 자치단체별 약 58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지율은 여론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다. 이는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직결된다. 전문가들과 국정경험자들은 대통령 지지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40%로 보고 있다.
임기 말 40% 아래로 내려가면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고, 20%대가 되면 국정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 정도 되면 여당에서조차 청와대에 반기를 드는 사태가 벌어진다. 공직사회에서 차기 유력 대선주자 쪽에 줄을 대고, 정보 기관에서는 민감한 정보들이 줄줄 새 나오는 현상이 나타난다. 전형적 레임덕 현상이다. 1987년 체제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 모두 임기말 소속 정당에서 탈당한 것도 그래서다. 차기 대선을 위해 여당에선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줄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말 지지율 필연적 하락 법칙 현상이 반복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기대 이론(expecta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어느 대통령이든 초기에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장밋빛 공약대로 실천해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 사항을 다 들어줄 것처럼 보인다. 반면 선거 과정, 임기 초엔 통합을 외치면서 후보자의 이념성은 가급적 숨긴다. 그 대신 ‘준비된 대통령’, ‘경제 대통령’ 등 구호를 내세우며 국가 운영 능력과 도덕성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이 때문에 반대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도 막연하게나마 “잘될 것”이라며 기대하면서 지지율이 최고치에 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만족스러운 정책 결과가 노출된다. 비리 등 불미스러운 일도 터지면 지지율이 급락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여 동안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한 관계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임기가 너무 짧고, 지지율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부동산 정책도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악으로 꼽히는 일자리 등 경제 상황도 단기간에 반전시키기 여의치 않다.
문재인 정권은 민심 이반을 가져온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정책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고수하는 바람에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기업 규제 3법 등을 일방처리하면서 국민들에게 오만과 독선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도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 조국 사태가 지지율 변곡점을 가져왔다. 정의와 공정을 제1의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정부가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벌인데 대해 민심이 결정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무리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는 또 한 번의 지지율 급락을 가져온 변곡점이 됐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울산시장 선거 하명 수사,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우리들병원, 신라젠 사건 등 권력 개입 의혹을 둘러싼 수사 향방에 따라 다시 한번 출렁거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다면 급격하게 레임덕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예상하는 여론 전문가들이 많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