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보험업에 AI 적용…전통+신사업 '양손잡이 경영' 성공시대 연다

디지털 전환 속도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기존 전통사업을 혁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1월 신년 경영전략회의에서 ‘양손잡이 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손잡이 경영이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생명보험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 미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디지털시대 성공기반 구축의 해”

교보생명은 올해 경영방침을 디지털시대 성공기반 구축으로 정했다. 양손잡이 경영을 위한 출발점으로, 회사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준비하자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이런 의지는 최근 단행된 조직 개편에서도 엿보인다. 기존 디지털혁신지원실을 DT지원실로 확대 개편하는 등 전사적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을 유기적으로 운영·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사업모델 구축을 위해 DT추진팀, 오픈이노베이션팀, 플랫폼사업화추진 태스크포스(TF), 금융마이데이터파트를 꾸렸다. 디지털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목표로 빅데이터지원팀, AI활용팀도 구성했다. 기업 문화에 ‘디지털 DNA’를 이식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이해수준 향상과정 교육을 했고, 디지털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전문과정을 운영 중이다.

○AI·클라우드…디지털 전환 가속도

교보생명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아마존의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서비스를 도입해 새로운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은 “언제 어디서든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과 자유로운 인프라 확장이 가능하도록 빅데이터 시스템과 중요 워크로드를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빅데이터 시스템을 AWS로 확대 이전해 정형·비정형 데이터와 실시간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합 분석 개발 환경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보험 가입·지급심사 서비스 ‘바로(Baro)’ 등을 비롯한 핵심 업무도 클라우드로 옮기기로 했다. AWS의 AI 서비스를 활용해 실시간 질의응답 기능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그룹 전체의 데이터 통합, 공통 인프라 구축 등 디지털 전환의 토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와 뭉쳐 산학협력 나서

교보생명은 디지털 전환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AI 시스템 ‘바로’는 세계 최초로 자연어처리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한 보험 언더라이팅(가입 심사) 시스템이다. 사고 보험금 심사에도 AI 기술을 도입하는 등 가입부터 보험금 지급 단계에 이르기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한 전방위적 협력체계를 구축한 점도 눈길을 끈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주요 계열사와 함께 서울대 경영연구소와 제휴를 맺었다. 올해 금융권의 뜨거운 화두인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관련 신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금융교육 등의 신규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AI 상담 챗봇(채팅 로봇) ‘러버스 2.0’을 선보였다. 통합 고객서비스 앱 ‘케어(Kare)’에서는 보험금 간편청구, 헬스케어 등의 기능에 이어 멘탈케어(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인터넷보험·증권사업 경쟁력도 높여

새로운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것 외에도 계열사 자본 확충을 통해 기존 금융·보험업의 역량을 높이는 점도 눈에 띈다. 교보생명은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지난해 4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교보증권에도 지난해 6월 200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교보증권은 이를 통해 자기자본이 1조원을 넘어섰고 중소형 증권사 중 최상위권의 장기 신용등급으로 올라섰다.교보생명 측은 “기존 전략사업인 부동산금융, 자산운용 등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인 디지털금융 기반 벤처캐피털(VC), 해외사업 등에도 투자를 강화해 수익 극대화와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