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찍고 22% '뚝'…삼성SDI, 저가매수 기회?[분석+]

폭스바겐 배터리 내재화 "과도한 우려"
외인·기관 투자자 한 달간 1조 넘게 '팔자'
사진=연합뉴스
80만원을 넘었던 삼성SDI가 주춤하고 있다. 주가 상승을 이끌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도 삼성SDI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모습이다.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는 삼성SDI의 최근 주가 급락이 과도하며, 배터리 사업부문 성장을 고려할 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날 6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7일 사상 최고가(장중 81만8000원)를 경신한지 한 달 만에 22%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최근 불거진 폭스바겐발(發) 쇼크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앞서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스웨덴의 노스볼트 등과 협력해 2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자체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파우치형이 아닌 각형 배터리의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폭스바겐에는 중국 CATL과 삼성SDI이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장 내재화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삼성SDI 입장에서 주요 고객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장 내재화 선언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게는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전기차 배터리 공급과잉과 경쟁 과열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다"고 분석했다.

이 와중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삼성SDI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장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17일 이후 이달 23일까지 각각 6975억원과 3174억원 순매도 했다. 이중 폭스바겐 배터리 공장 내재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는 각각 1739억원과 1456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반면 개인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1조84억원 사들이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다.

증권가 "삼성SDI, 최근 주가 하락 과도해…상승여력 '충분'

삼성SDI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달 들어 하나금융투자(105만원), 신한금융투자(90만원), 키움증권(85만원) 3개 증권사가 삼성SDI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이들 증권사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93만3000원이다. 현재 주가인 63만5000원보다 47% 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주가 급락과 관련해 "폭스바겐발 우려가 과도하다"며 "삼성SDI 실적도 긍정적이다. 1분기엔 시장 예상치를 충족하고, 2분기 중대형전지 흑자 전환을 계기로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김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공장 내재화 계획이 실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닌 선언적 의미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스볼트 등 신규 협력사의 양산 기술이 검증되지 않았고, 후발 주자가 대규모 투자 금액과 영업손실을 감당하면서 에너지 밀도 등 품질 경쟁력과 원가 대응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폭스바겐의 자체 각형 배터리 양산이 성공적으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배터리 양산 기술은 디지털 기술이 아닌 아날로그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각형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 국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에 기회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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