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통화정책 기조 바꿀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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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코로나 충격 못 벗어나"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현재로선 통화정책 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이 아니다”고 24일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해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나오면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한은이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주요 현안에 대한 이주열 총재 문답’에 담겼다.
통화완화 기조 유지 재확인
"중앙銀 디지털화폐 나오면
암호화폐 가치 하락할 것"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힌 데 이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종전 전망치(1.3%)보다 높겠지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수준(2%)을 밑돌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종전 전망치(3.0%)를 웃돌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수출·설비투자의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면 올해 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금리 인상 시점이 Fed가 시사한 것보다 빨라질 수 있다”며 “Fed 정책변화 기대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화를 비롯한 경제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혁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암호화폐에 대해선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을 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CBDC가 도입될 경우 지급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며 “올해 CBDC 선행 연구(파일럿 테스트)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하고 내년에 후속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0%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 기준으로 2018년 10월(2.1%) 후 가장 높았다. 파(341.8%) 사과(91.3%)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