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떠난 자리…조남관의 '조율형 리더십'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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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이후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4기)의 ‘조율형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국면마다 극한대결을 피하면서 검찰의 실리를 지켜내, 검찰 구성원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연 부장회의에서 “우리 검찰은 언제부터인가 OO라인, ◇◇측근 등 언론으로부터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며 “사법의 영역에서조차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다. 법리와 증거 앞에 자신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내세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 안팎에선 조 직무대행이 검찰 내부에 자성을 당부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여권을 향해 날을 세운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을 비롯해 현 정권을 겨냥한 주요 수사도 ‘법리와 증거’에 따랐을 뿐이며, 진영 정서에 입각해 검찰을 흔들어선 안된다는 뜻을 은연 중에 내비쳤다는 것이다.지난주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을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재심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데 대해, ‘고검장 투입 카드’로 맞받은 것도 조 직무대행의 묘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관의 지시를 수용한다는 명분을 지키면서도 공정성 강화를 이유로 고검장들을 투입해 대검 부장들에게만 주도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검찰대행은 ‘고검장 카드’ 방침을 언론에 공표하기 전, 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리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 사전에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괜한 잡음을 없앤 것도 조 직무대행이 기지를 발휘한 것이란 평가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전 장관을 보좌하던 조 직무대행이 대검과의 물밑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6일 만에 입을 열고, ‘독립수사본부 구성’ 카드를 역제안 했다.
채널A 사건 수사에서 윤 전 총장이 손을 떼되, 친여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검사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공정성 우려가 있어 해당 사건 지휘를 김영대 당시 서울고검장에게 맡기자는 절충안이었다.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이 제안을 거부하긴 했다.비록 조 직무대행의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강대강 대치를 막으려던 그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는 얘기가 당시에도 흘러나왔다. 조 검찰대행은 지난해 말 ‘윤석열 징계’ 사태에서도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님, 한 발만 물러나 달라”는 읍소 형태의 호소문을 공개적으로 추 전 장관에게 올려 눈길을 끌었다.
조 직무대행이 비록 안정감 있게 조율과 중재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땐 번번이 법무부에 반기를 든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추 전 장관의 징계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청했고,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선 무혐의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그를 고깝게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검사 윤석열은 물러났으나 그 자리를 새롭게 조남관이라는 정치검사가 채웠다”며 “조남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놓고 반기를 든 윤 전 총장 보다 ‘영리하게’ 반기를 드는 조 직무대행이 더 미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조 직무대행은 현 여권과 인연이 깊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고, 현 정부 들어선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으로 임명돼 국정원 내 적폐청산 작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사실상 여권의 눈 밖에 나게 된 만큼,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군에선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윗선 지시 수용하면서 실리 챙기는 스타일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직무대행은 전날 별건수사와 과도한 구속수사 등 검찰의 수사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2일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식 수사관행이 드러났다며 이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자체 개혁안을 조속히 발표한 것은 박 장관의 문제 의식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주기에 충분했다”며 “검찰이 조직 이기주의 차원에서 개혁에 저항하는 게 아니라는 인상도 남겼다”고 평가했다.조 직무대행은 지난 24일 연 부장회의에서 “우리 검찰은 언제부터인가 OO라인, ◇◇측근 등 언론으로부터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며 “사법의 영역에서조차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다. 법리와 증거 앞에 자신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내세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 안팎에선 조 직무대행이 검찰 내부에 자성을 당부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여권을 향해 날을 세운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을 비롯해 현 정권을 겨냥한 주요 수사도 ‘법리와 증거’에 따랐을 뿐이며, 진영 정서에 입각해 검찰을 흔들어선 안된다는 뜻을 은연 중에 내비쳤다는 것이다.지난주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을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재심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데 대해, ‘고검장 투입 카드’로 맞받은 것도 조 직무대행의 묘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관의 지시를 수용한다는 명분을 지키면서도 공정성 강화를 이유로 고검장들을 투입해 대검 부장들에게만 주도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검찰대행은 ‘고검장 카드’ 방침을 언론에 공표하기 전, 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리 자신의 계획을 알렸다. 사전에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괜한 잡음을 없앤 것도 조 직무대행이 기지를 발휘한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추-윤 갈등에도 '물밑 중재'
조 직무대행은 지난해에도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7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손을 떼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총장에 결과만 보고하라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윤 전 총장은 당시 추 전 장관의 지시 수용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않고 침묵을 지켰다. 검찰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이 추 전 장관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며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추 전 장관을 보좌하던 조 직무대행이 대검과의 물밑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6일 만에 입을 열고, ‘독립수사본부 구성’ 카드를 역제안 했다.
채널A 사건 수사에서 윤 전 총장이 손을 떼되, 친여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검사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공정성 우려가 있어 해당 사건 지휘를 김영대 당시 서울고검장에게 맡기자는 절충안이었다.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이 제안을 거부하긴 했다.비록 조 직무대행의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강대강 대치를 막으려던 그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는 얘기가 당시에도 흘러나왔다. 조 검찰대행은 지난해 말 ‘윤석열 징계’ 사태에서도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장관님, 한 발만 물러나 달라”는 읍소 형태의 호소문을 공개적으로 추 전 장관에게 올려 눈길을 끌었다.
완곡한 어법 구사하는 원만한 해결사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소신에 따라 거침없이 말하는 스타일이라면, 조 직무대행은 완곡한 어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구성원들도 갈등의 분기점마다 원만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이는 조 직무대행에 대해 지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조 직무대행이 비록 안정감 있게 조율과 중재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땐 번번이 법무부에 반기를 든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추 전 장관의 징계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청했고,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선 무혐의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그를 고깝게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검사 윤석열은 물러났으나 그 자리를 새롭게 조남관이라는 정치검사가 채웠다”며 “조남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놓고 반기를 든 윤 전 총장 보다 ‘영리하게’ 반기를 드는 조 직무대행이 더 미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조 직무대행은 현 여권과 인연이 깊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고, 현 정부 들어선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으로 임명돼 국정원 내 적폐청산 작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사실상 여권의 눈 밖에 나게 된 만큼,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군에선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