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한줄 33억원, NBA 장면이 2억원…NFT 뭐길래?

전 세계 NFT 시장 규모 2년새 8배 급성장
증권업계, 다양한 자산 거래 기대
미국프로농구(NBA) 경기의 명장면은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당장 유튜브에만 검색해도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영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돈을 내고 이 장면을 사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 정확히는 장면을 시청할 권리가 아니라, 장면을 소유할 권리를 사는 것이다.

지난 2월 22일 ‘제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유저는 20만8000달러(약 2억원)를 내고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슛 장면에 대한 소유권을 샀다. 사진과 비디오 등 온라인 콘텐츠를 소유한 사람을 명시할 수 있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로 발행된 디지털 자산을 산 것이다. 온라인 컨텐츠를 복제할 수 없는 ‘진품’으로 거래하는 NFT 시장이 커지고 있다. NFT는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의 화폐 개념과 다르다. 모든 만원짜리 지폐의 가치는 동일하기 때문에 서로 교환할 수 있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NFT는 토큰 1개의 가치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술작품이나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저장하고 거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로 자산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복제,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NFT 자산의 규모는 2년 새 8배 증가했다. 넌펀저블닷컴이 지난 2월 발행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 NFT 시장 규모는 4096만달러에 그쳤으나, 지난해 3억3803만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고가에 낙찰되는 NFT가 늘어나면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작성한 ‘최초의 트윗’에 대한 소유권은 NFT 경매를 통해 약 33억원에 낙찰됐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2분 분량의 음성 게시물을 NFT로 팔겠다고 밝혔다가 경매가가 12억원까지 치솟자 판매를 철회했다. NFT의 시초는 2017년 출시된 가상의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대퍼 랩스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온라인에서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고양이를 모으고 교배시키는 수집형 게임이다. 각각의 고양이는 NFT화돼 고유의 일련번호를 부여받고, 유저들은 암호화폐로 고양이를 사고 팔 수 있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드래곤'이라는 고양이 캐릭터는 600이더리움(ETH)에 거래됐는데, 현재 시세로 13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NFT를 이용해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연구원은 “실물로 수집해야 했던 예술작품을 디지털화된 형태로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며 “미술관과 화랑이라는 1차 시장에 국한될 필요 없이 디지털 공간으로까지 시장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11일에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디지털 예술가 ‘비플’의 ‘매일:첫5000일’이라는 작품이 약 78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5000개 이상의 JPEG 그림파일을 모은 디지털 이미지다.
원작자의 수익 창출도 더 쉬워진다. 디지털 작품이 NFT로 거래될 때마다 처음 제작자에게 수수료가 가도록 NFT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NFT 기술로 확실한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든 경우도 있다. NBA 경기 장면의 NFT를 파는 ‘NBA 탑샷’은 35만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와 10만명 이상의 구매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하루 3700만 달러에 달한다. 크립토키티로 NFT 시장을 개척했던 대퍼 랩스가 NBA와 손잡고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미국 프로농구 구단인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 마크 쿠바안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NFT 시장은 향후 10년 동안 NBA의 3대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세계적인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의 전 경매사인 찰스 알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구매한다는 문화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블록체인 전문가 데이비드 제라드 역시 NFT 판매자를 ‘사기꾼’이라 칭하며 “아무런 가치가 없으면서도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자산을 발명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적재산권(IP) 문제도 생길 수 있다. 타인의 디지털 자산에 누군가가 임의로 NFT를 생성해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 등의 히어로 만화로 알려진 DC코믹스는 최근 NFT 시장 진출을 모색하며 작가진에게 DC 코믹스의 IP를 임의로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