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도 재산·종부세는 오른다…'공시가격'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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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종부·취득·양도세↑…공시가격 상승에 세금 '사면초가'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무력화되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집 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져도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유세가 부담되면 집을 팔고 이사를 가면 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부담도 높아진 터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재산·종부·취득·양도세 부담이 모두 높아져 부동산 관련 세금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집 값 떨어져도 재산·종부세 오른다
26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높아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책 변화 영향으로 집 값이 떨어져도 재산세와 종부세가 오르는 기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재산세는 공시가격의 60%에 재산세율을 곱해 산출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재산세 부담도 높아지는 구조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일 방침이다. 9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올해 68.7%에서 내년 69.1%로 오른다. 집값이 작년과 같더라도 현실화율 상향에 따라 공시가격이 오르게 되면서 재산세 부담도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이 6억원을 소폭 하회하는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집값 상승 없이도 재산세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올해부터 3년간 6억원 미만 주택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낮추는 특례세율을 적용해서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대다수 국민의 재산세 부담이 낮아졌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엔 세금 부담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올해 공시가격이 5억9800만원인 서울 성동구 세림 아파트(84㎡)는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이 내년 6억100만원 선으로 오르게된다. 6억원 이하 재산세 특례세율을 적용받는 올해는 약 125만원을 재산세로 내면 되지만 내년엔 148만원으로 18% 세금을 더 내야한다.
종부세 부담도 늘어난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5%에서 내년 100%로 올라서다. 서울 중계동 롯데우성(전용면적 115.26㎡)은 내년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은 약 10%(30만원가량)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공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시가격 인상과 공정시장가액 비율 변동으로 세금을 더 걷는 행위는 세금은 법률에 의해 결정돼야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라며 “불공정 이슈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 가려해도 취득·양도세 내야
보유세 인상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세금이 부담된다면 이사가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집 값 하향 안정을 위해 보유세 부과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서 집 갈아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양도세는 1주택자여도 단기간 보유하고 매각하거나 거주하지 않았을 경우 큰 폭으로 올랐다. 오는 6월1일부터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의 양도세는 40%에서 70%로 오른다. 1~2년간 보유했을 경우엔 60%의 세율이 적용된다. 작년에 집을 샀다가 보유세 폭탄에 놀라 다시 집을 매각하려는 경우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장기 보유에 따른 공제 혜택이 줄어든 것도 양도세 부담을 크게 느끼는 이유로 거론된다. 정부는 10년간 보유할 경우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적용해줬다. 하지만 올해부터 거주 요건이 포함됐다. 10년간 보유와 거주를 모두 해야 80%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년간 보유만 했던 사람이라면 작년까지는 80%를 공제받았지만 이제는 절반인 40%의 혜택만 받을 수 있다.
취득세도 일부 계층에게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1주택자의 취득세는 1~3%로 고정됐지만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일 경우 8%에 달해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종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주요 아파트 단지들은 집단 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아 공동으로 공시가격 이의제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이의 신청을 거의 받아주지 않고 있어 이같은 움직임이 실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