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즐기는 새로운 법, 독립책방서 책 한권의 힐링

Cover Story

쉬멍…명소 말고 '멍'소
섬타임즈
제주 여행 와서 왜 책방을 찾아다니느냐고 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여행자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제주의 독립서점은 단지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책방 주인의 취향에 따라 선정한 책을 전시하거나 감성적인 소품을 판매한다. 책방 주인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정성 어린 추천사를 손글씨로 써서 책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책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은 기본이고 한 잔의 술과 함께 독서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감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독립책방만 순례하는 책방올레까지 생겼다. 제주의 독립책방은 불과 4년 새 100여 곳으로 늘어났다. 허순영 착한여행 대표는 “주로 조용한 동네 안쪽에 있어서 고즈넉한 제주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독립책방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제주의 독립책방을 찾아가보자.

예술인들 모으는 인문서점 ‘제주살롱’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제주살롱’은 주로 해외 고전과 예술 등의 인문학에 관한 책을 판매한다. 2018년 6월 문을 연 이후 인문서를 좋아하는 이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책방 주인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어서 서점 옆에 아예 숙소(북스테이)도 마련했다. 제주살롱에서는 특히 인문예술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는데, 예술 관련 전문가나 관련서를 쓴 작가를 초청해 강연하는 ‘예술살롱’을 연다.

요리 책과 식재료 ‘키라네 책부엌’

음식과 관련한 에세이와 소설, 그림책을 파는 서귀포시 남원읍의 ‘키라네 책부엌’도 독특하다. 책방 주인이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책과 소품은 물론 식재료까지 판매하게 됐다고 한다. 책방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요리 소품이나 생산자가 만든 식재료 등을 사서 갈 수도 있다. 예약제로 운영하며 1시간 사용료는 5000원이다.

그림과 책 함께 파는 ‘섬타임즈’

유명 화가의 그림과 책을 함께 판매하는 갤러리 책방 ‘섬타임즈’도 개성 만점의 공간이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섬타임즈에는 인문학자, 소설가, 화가, 출판사 대표 등이 뽑은 ‘인생의 책’이 코너마다 배치돼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왕립미술아카데미 등에서 수입한 화가의 그림 포스터와 에코백을 비롯해 엽서, 스티커 등 종이로 만든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다. 전문 사진작가가 소길리 포토 스폿을 30분 동안 함께 돌며 사진을 촬영·인화해 주는 포토 패키지 ‘섬모먼츠’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제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