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의원과 공무원의 합작품 '세종 투기행복도시'

공직자 땅투기 의혹이 잇따랐던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상당수 시의원들이 실제로 ‘알짜’ 땅을 많이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어제 공개한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사항’에 따르면 세종시의원 18명 중 절반인 9명(전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이 일대 개발호재가 있는 땅을 여럿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스마트산업단지’ 예정지 인접지역을 포함해 고속도로 나들목과 조치원 서북부도시개발사업 인근 등 대부분 요지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계기로 국민적 공분이 고조된 상황에서 민감한 내용이 공개된 만큼 해당 의원들은 나름대로 사정을 적극 해명하고 있다. “의원이 되기 전 매입한 토지인 데다 산단 인근 임야는 맹지(盲地)”(차성호 의원)라거나, “농사를 짓기 위해 9년 전에 산 땅”(채평석 의원)이라는 것이다.일부 납득할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투자방식이나 보유토지의 규모가 명백한 ‘이해상충’이거나, 국민 상식에 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도시개발 업무를 소관하는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일 때 개발지역 주변 땅을 대거 사들인 한 의원의 사례는 경찰 수사대상이 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세종시는 2027년까지 조성되는 스마트산단을 비롯해 여당의 국회의사당 이전 추진 등 호재가 잇따라 지난해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여기저기서 투기가 횡행해 “밟는 곳마다 투기 아닌 곳이 없다”(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마당에 상당수 시의원과 전 행복중심도시건설청장(차관급), 현직 경찰 등이 앞장서 투기에 나선 정황이 확인됐다. 이쯤 되면 ‘세종 투기행복도시’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종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투기가 뿌리내릴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고, 규모가 커지는 성장도시이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뒤늦게 그 일단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LH 의혹이 제기된 지 보름이 넘어서야 관련 기관 압수수색에 나섰고, 시의회는 “스마트산단 예정지 안에서 토지거래를 한 의원이 없다”는 ‘맹탕 조사’ 결과를 내놨을 뿐이다. 투기를 발본색원하려면 공무원·지방의회·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신속하고도 대대적인 수사가 필수적인데도 그랬다. 대체 대통령이 공언한 ‘부동산 적폐’ 척결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세종시 투기 복마전’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