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폐지 사태에 제작사들 중국자본 경계령

소액 PPL까지 모두 철회…사극은 역사 고증 한층 강화
SBS TV 드라마 '조선구마사' 폐지 사태에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이 모두 '중국 자본 경계령'을 최고 단계로 발동했다.또 사극을 준비 중인 경우 더 철저한 역사 고증을 주문하며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 "판권 판매와 무관"해도 소액 PPL까지 모두 철회
'조선구마사'의 경우 중국 자본과는 무관한 작품이었지만 '중국향' 장면과 설정이 여럿 삽입돼 시청자들의 반중 정서를 자극, 결국 폐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제작사들은 소액이라도 중국 관련 자본은 모두 작품에서 빼기 시작했다.앞서 tvN '여신강림'이나 '빈센조'에서 중국 제품을 PPL(간접광고) 했던 것이 '조선구마사' 폐지에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사실 중국 광고주가 2018~2020년 PPL한 브랜드는 연 1~2개에 그치고, 전체 글로벌 브랜드 내 비중은 높지 않으며 금액적으로도 비율이 낮은 편이다.

또 중국 자본이나 PPL이 없어도 국내 드라마 수출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메이저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26일 "중국 판매를 위해 중국 PPL을 받았다는 것은 업계 현실을 모르는 짜맞추기식 해석이자 침소봉대"라면서도 "중국과 관련된 PPL이라면 소액이라도 모두 빼고 있다.드라마가 폐지까지 되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철인왕후'처럼 중국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프로젝트들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철인왕후'의 경우 방영이 끝났음에도 주연으로 나섰던 신혜선이 다시 비판받는 등 후폭풍이 큰 상황이다.한 제작사 측은 "원작을 구매해 제작하는 작품의 경우 콘셉트만 차용하고 내용을 완전히 한국에 맞게 창조하지만,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굳이 감행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설강화'까지 불똥…코로나에 늘어난 시대극 '골치'
'조선구마사'는 뜯어보면 중국향 장면보다는 실존 인물들에 픽션을 가한 부분이 문제가 될 소지가 농후했다.

제작진에서도 방송 전부터 오히려 역사 왜곡 논란은 일 수도 있다고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폐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중국향 장면과 설명들이었으나, 조선 태종과 아들들에 대한 묘사도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이에 사극과 시대극을 준비 중인 제작사들은 크게 긴장에 휩싸인 분위기다.

특히 JTBC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설강화'는 방송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의 타깃이 됐다.

정해인과 지수가 주연으로 나서는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과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의 시대를 거스른 사랑을 그린다.

온라인에서는 남주인공이 운동권 학생인 척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점, 남녀 주인공 이름에서 실존 인물이 떠오르게 한 점, 안전기획부 팀장 캐릭터가 미화된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드라마 측은 내부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은 모두 찾아내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를 시작할 때 대본을 보는 사람이 이미 많기는 하지만 '조선구마사' 사태 이후 대중의 민감도는 내부에서 측정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했다.

앞으로 사극은 대본 모니터링을 하는 사람이 확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세트장 안에서 찍을 수 있는 사극의 비중이 높아진 분위기라 영향을 받는 제작사도 많다.한 관계자는 "고증 문제로 사극을 앞둔 제작진이 정말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