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지원 끊길라"…두테르테, 공무원 백신 새치기 접종 경고

"의료진 우선 접종 준수해야…해당 지방 시장들 조사 지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새치기 접종을 비난하면서 접종 우선 순위를 지키라고 경고했다. 26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면·화상으로 진행된 각료회의에서 의료진을 우선으로 하는 백신 접종 순서를 어기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평상시에 (새치기는) 사소한 일이지만 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에서는 WHO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정부는 코백스(WHO의 전 세계 백신 배포 사업)를 통해 이달초 50만회 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받았고, 이달말까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560만 분을 추가로 조달하기로 돼 있다. 앞서 라빈드라 아베야싱헤 WHO 필리핀 사무소장은 일부 공직자들의 새치기 접종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이달초 브리핑에서 "코백스는 백신 배분 효과가 더 유용하고 실질적일 수 있는 다른 선택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날 대국민 담화에서도 일부 공직자들의 새치기 접종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접종 순위를 지키도록 주지시키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내무부와 지방정부에 우선 순위를 어기고 백신을 맞은 지방 시장들을 조사해 법적 책임을 따질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직자들로는 알프레드 로무알데즈 타클로반 시장과 아브라함 이바 팔라완 시장 등 다수의 지방 시장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백신의 안전성을 보여주기 위해 먼저 맞았다면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명 영화배우의 아들이 우선 순위를 어기고 백신을 맞았다는 현지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