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공정거래법 개정안, 담합 입증은 누가?

정영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40년 만의 전부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2020년 12월 29일 공포되었고, 그 시행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하는 2021년 12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서 담합행위에 관한 규율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면,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정보교환을 통한 담합행위의 규율에 관한 부분이다. 개정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에서는 다른 사업자와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제40조 제5항 제2호에서는 둘 이상의 사업자가 제40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행위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은 경우에는 그 사업자들 사이에 공동으로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이전의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에서 2 이상의 사업자가 해당 거래분야 또는 상품·용역의 특성, 해당 행위의 경제적 이유 및 파급효과, 사업자간 접촉의 횟수·양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그 행위를 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사업자들 사이에 공동으로 제 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이른바 ‘합의의 추정’)하는 내용의 규정이 있었는데, 개정 공정거래법 제40조 제5항 제1호에서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합의의 추정' 규정에 대한 엇갈린 시선

비교법적으로 보면, 합의의 추정 규정을 두는 것은 조금 이례적인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추정조항은 공동성에 관한 입증을 하지 못하여 담합행위를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규정이 지나치게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도 있었고, 같은 이유로 위헌제청신청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대법원은 사업자가 반대의 증거를 들어서 추정을 복멸할 기회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규정이 자기책임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간주’에 비하여 추정이 반증을 들어 사실인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개념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법률상의 추정을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실제로는 매우 낮다는 점, 합의의 부존재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 등의 이유로 위 조항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있어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가격 생산량 등에 관한 정보교환행위를 통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담합행위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그 외의 정보교환행위를 한 때에는 담합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게 된 것인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담합에 대한 규제환경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담합 없었다' 입증 사업자가 해야

정보교환은 경쟁사업자간 직·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영업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사업자의 전략이 불확실한 가운데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경쟁요소를 최대한 강화하는 것이 '경쟁'의 본질인데, 정보교환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경쟁의 강도와 폭을 감소시킨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정보교환이 사업자간 의사연결의 상호성(합의)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라고 보면서도, 그 자체만으로 가격담합 등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2013두16951, 2013두2524 판결 등). 즉 대법원은 합의의 입증을 위해서는 관련시장의 구조·특성, 교환된 정보의 성질·내용, 정보교환의 시기·주체·방법, 정보교환의 목적·의도, 정보교환 후 외형의 일치 정도, 외형의 일치와 정보교환 사이의 인과관계, 정보교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과 함께, 합의의 유인, 합의와 상반되는 정황이 있는지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현행법 하에서의 정보교환은 합의의 존재를 입증함에 있어서 정황증거 또는 보강증거로서 제한적인 기능을 할 뿐이었고, 법원도 법률상의 문언을 고려하여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인정함에 있어서는 사업자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보 주고받는 것도 '담합' 처리될 수 있어

그런데 이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에 대하여 경쟁사업자 사이에 미래의 가격 등 민감한 정보의 교환행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에 비하여 이를 입증하는 것이 어려움으로 인하여 담합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지나치게 어려워진다는 비판이 있어왔고, 담합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보교환 그 자체를 금지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어왔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이번 개정 공정거래법에서는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관한 합의를 담합(부당한 공동행위)의 유형으로 추가하고, 담합 유형에 해당하는 행위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 그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신설하였고, 향후 하위법령 및 규정을 통해 세부적으로 문제가 되는 정보의 성격 내지 범위, 정보교환의 위법성 판단, 정보교환 공동행위에서의 과징금 산정 등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법률의 개정에 따라 공정위는 경쟁제한적인 정보교환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으나, 수범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증가한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정보교환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의 독자적인 한 유형으로 포함됨에 따라 가격·수량 등에 대한 합의를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법위반을 인정할 수 있게 되어 정보교환 담합으로 의율되는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합의의 추정에 관한 조항은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만으로도 합의가 있는 것으로 법률상 추정될 여지가 있어 담합행위의 인정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우려도 있다.

정보교환 그 자체는 사업자들 사이에서 담합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수요와 공급의 상황을 정확하게 제공하여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져서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또한 기업들은 국내외의 시장 및 공급자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정당한 활동마저 크게 위축시키게 되어 나아가서는 경영전략의 수립 등 사업활동의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골프, 식사, 회합 등 채널 재점검 필요

어쨌든 이번의 법개정으로 인하여 정보교환에 따른 합의에 관해서는 담합이 없었다는 입증을 사업자가 해야 한다는 입증책임 전환의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전에 이와 같은 문제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동종업계 경쟁사의 임직원과의 모임(골프, 식사 등 사적인 만남 포함)이나 각종 회합(협회, 조합, 학회 등 공식적인 모임 포함) 등 정보가 교환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확인하고, 가격, 생산량 등 직간접적으로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교환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경영상 필요에 따라 독자적으로 정보를 획득한 것이지만 교환행위로 오인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다각적인 관점에서 검토하여 정보교환과 관련한 법률적 리스크를 점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회사 임직원들에 대하여 가격, 생산량 등 민감한 정보에 대한 소통은 중단하거나 금지하도록 교육하고, 정보교환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교육 등을 실시하여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