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모델 시켜줘요"…광고계도 흔드는 비주류의 반란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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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우리 애 모델 시켜주세요!"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광고모델 요청' 적극적인 팬덤
임영웅·비·영탁 등 실제 발탁되는 경우 많아
광고주 홀리는 '팬덤 화력'
브레이브걸스도 역주행 후 요청 쇄도
다방면에서 커지는 팬 영향력
팬들이 앨범만 사는 시대는 갔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팬덤의 특성은 어느덧 광고계에서도 놀라운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머러스하게 시작된 광고모델 요청은 더 이상 웃어넘기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팬들의 쏟아지는 요구가 모델 발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내 아티스트 광고모델 시키기'는 이제 하나의 팬덤 문화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이러한 현상은 스타와 팬, 광고주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유통 광고주에게는 이미 두텁게 형성된 팬덤이 소비자로 연결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탄탄한 결속력을 기반으로 하는 팬덤의 성격상 '내 스타'를 모델로 발탁한 브랜드에 열성적인 지지를 쏟아낸다.
더 큰 장점은 이 스타들이 현시점에서 가장 핫한 인물임과 동시에 대부분 새롭게 나타난, 혹은 재발견된 이들로 대중성에 신선함까지 함께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TV조선 '미스터 트롯'으로 단숨에 '대세'가 된 임영웅, 과거 발표한 노래가 온라인 상에서 밈 형태로 재주목 받으면서 '1일 1깡' 열풍을 불러온 비 등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팬들이 적극적으로 광고모델 발탁 요청을 하며 각각 바리스타룰스, 새우깡의 얼굴이 될 수 있었다. 동원참치 광고를 찍은 정동원, 예천양조와 '영탁 막걸리'를 낸 영탁 또한 팬들의 요청으로 성사된 모델 계약이었다.최근에는 해체 위기를 코앞에 두고 '역전'에 성공한 그룹 브레이브걸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6년 팀을 꾸리고 4년간 빛을 보지 못했던 이들은 과거 발표곡인 '롤린'이 역주행에 성공하며 데뷔 이래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하루 사이에 스케줄 0개의 무명 그룹에서 방송가 섭외 1순위가 됐다. 역주행 붐이 일어난 지 채 한 달도 안 돼 모바일 게임의 모델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비주류의 반란'이다.기회를 놓칠세라 팬들도 빠르게 발 벗고 나섰다. 브레이브걸스 멤버 유정은 환한 눈웃음이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꼬부기와 닮아서 '꼬북좌'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팬들은 브레이브걸스가 오리온 '꼬북칩'의 모델로 발탁되길 염원하며 적극 어필하고 있다.팬들의 요청이 쏟아지자 오리온의 '꼬북칩' 담당이라 밝힌 한 직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꼬북좌와 브브걸을 위한 화력에 감동받았다"면서 '꼬북칩' 특별 대형팩 제작을 제안했다. 당장 광고모델 발탁은 어려운 일이지만, 소소한 이벤트로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자 한 것. 이에 팬들은 "당장 '꼬북칩'을 사러 가자"며 열광했다. 이후 실제로 한 네티즌이 '꼬북칩' 대형팩 제작이 완료됐다는 인증샷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뿐만 아니라 팬들은 브레이브걸스의 '운전만 해' 노래를 언급하며 한국도로공사 홍보대사 위촉을 건의하는 제안서를 작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송 섭외가 정말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하루에 많으면 3시간, 적게는 30분 정도 수면을 취하며 스케줄에 임하고 있다. 멤버들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행복하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방송뿐 아니라 광고계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모델 제안을 주고 있다"면서 "팬들이 직접 광고 모델이나 홍보대사 요청을 한다는 건 그만큼 멤버 개개인의 매력과 개성, 셀링 포인트를 잘 알고 좋아해 주신다는 의미이지 않느냐.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브레이브걸스의 사례에서 더 나아가 임영웅은 팬덤의 화력이 광고계에 손을 뻗은 데 이어 본업인 음악에서도 영역의 확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영웅은 최근 음악방송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오랜 시간 아이돌 그룹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음악방송에서 트로트 곡이 1위를 한 것은 2007년 강진의 '땡벌' 이후 무려 14년 만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팬과 스타의 긍정적 시너지가 장르적 한계까지 깬 케이스라며 호평하고 있다.
임영웅 또한 당시 "생각지도 못했다. 여러분들이 역사를 쓰셨다. 얼마 만에 정통 트로트가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트로트가 음악방송에서 상을 못 받았었고, 비주류로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트로트는 단 한순간도 비주류인 적이 없었고, 언제나 주류였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요즘은 과거에 비해 팬들의 영향력이 다방면에서 광범위해졌고 파급력 또한 예측 불가능한 수준이다. 많은 기획사들이 브레이브걸스와 같은 반전을 기대하며 여러 전략을 구상하지만, 결과적으로 '롤린'의 역주행만 봐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팬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임영웅의 음악방송 1위 또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을 전했다.이어 "팬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 사마다 음악이라는 본질 만큼이나 스타와의 유대를 돈독하게 해주는 팬 마케팅에도 주력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대면이 불가하다보니, 다채로운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하며 꾸준히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가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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