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지정은 세종시 업무인데…행복청장, 후보지 미리 알았나

특수본, 전 행복청장 투기 혐의로 강제수사…4곳 압수수색
후보지 검토 과정에서 행복청과 세종시 간 협의 여부 조사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A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A씨가 국가산업단지 인근 부지를 매입한 경로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강제 수사를 통해 A씨가 세종시가 관할하는 산단 후보지 지정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했는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26일 오전 10시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세종시청, LH 세종본부, A씨의 주거지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특수본은 행복청 도시정책과와 운영지원과 등에 10여명의 수사관을 보내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 당시 세종시와의 협의 자료 등이 있는지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정책과는 도시계획 설립과 실시계획 수립 등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산단 지정 업무는 세종시에서 담당하는데, 후보지 검토 등 단계에서 행복청과 시 간 협의가 오간 것이 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행복청은 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담당한다.시 외곽 지역에 조성되는 국가·지방 산업단지 지정 업무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가 맡고 있다.

특히 국가산단의 경우 중앙정부가 직접 조성·관리하는 산단이어서, 시는 연서면 국가산단 조성 당시 국토부와 함께 후보지 검토 작업을 했다.

A씨는 2008년부터 이듬해까지 국토해양부(옛 국토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특수본은 세종시청 산업입지과에도 수사관을 보내 산단 조성계획 검토 당시 행복청과 업무 협의 자료 등이 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이와 관련 A씨는 "신도시에 노른자위 땅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일부러 외곽 지역에 땅을 샀겠느냐"며 "산업단지 선정 업무는 행복청 소관 업무가 아니어서 해당 사업 구역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며 투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A씨는 재임 시절인 2017년 4월 말 세종시 연기면 눌왕리에 아내 명의로 토지 2필지(2천455㎡)를 사들였다.

2017년 1월 당시 ㎡당 10만7천원이었던 공시지가는 3년 만에 15만4천원으로 43%가량 올랐다.

그는 퇴임 이후인 2017년 11월 말에는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의 한 토지 622㎡와 함께 부지 내 지어진 경량 철골 구조물을 매입했다.

이어 9개월 후인 2018년 8월 연서면 와촌·부동리 일원 270만㎡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됐다.

A씨가 매입한 부지는 산단에 인접해 있어 주변부 개발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행복청 사무실 안에는 수사관들이, 사무실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직원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평소대로 업무를 이어갔다.

며칠 전에도 인근 국토부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들어간 바 있어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전임 기관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데 대해서는 씁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과천에 집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세종시에 땅을 사신 줄은 몰랐다"며 "우리도 뉴스를 보고 토지 매입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20여명의 수사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중인 LH 세종본부에서도 직원들이 요청 자료를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LH 세종본부 한 직원은 "LH가 연서면 국가산단 사업에 참여한 것은 2018년 8월 산단 지정 이후"라며 "우리도 전 행복청장 투기 혐의와 관련한 수사라는 얘기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것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