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주식 투자 허용범위 변경 결론 못내…내달 재논의(종합)

전략적 자산배분 범위 확대 놓고 의견 엇갈려…"충분한 검토 필요"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 매도 압력을 낮추기 위한 규칙 변경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달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26일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 변경을 논의했지만, 위원들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결국 재논의를 결정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목표비중 유지규칙을 재논의하기로 했다"며 "작년부터 있었던 증시 변동성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위원들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검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있었으나 시기나 규모 조정 정도에 대해서는 위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냈고, 또 기금운용 규칙의 투자자산군 허용 범위를 개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좀 더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기금위는 이날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 자산에 적용되는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목표 비율은 16.8%이며, 이 목표에서 이탈이 허용되는 범위는 ±5%포인트다.

범위 이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과 전술적 자산배분(TAA)에 의해 가능한데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SAA의 허용범위를 현행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올리는 안과 ±3.5%포인트로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전체 허용 범위를 ±5%포인트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TAA는 자동적으로 현행 ±3%포인트에서 ±2%포인트나 ±1.5%포인트로 줄어드는 방안이다.

SAA는 자산시장의 가격변동에 따른 목표 비율 이탈을 허용하는 것이고, TAA는 펀드매니저가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범위를 이탈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SAA 상한이 높아지면 보유 목표 달성을 위해 당장 매도해야 하는 주식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올해 말 목표 비중은 '16.8%±5%'로 변동이 없기 때문에 국내 주식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가 확대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금은 총 833조원으로, 이 중 국내 주식 비중은 21.2%(176조7천억원)까지 불어났다.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폭락할 당시 전략적으로 저가 매수에 들어갔고 이후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자 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후 고점에서 이익을 실현하면서 비중을 줄이다 보니 작년 12월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51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가 이뤄졌는데, '동학개미' 등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계획을 매년 5월에 확정하는데 현시점에서 리밸런싱을 논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연금의 매도세를 '기계적 매도'라고 비판해 온 개인투자자들의 압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국민연금이 여론에 떠밀려 노후자금 운용 원칙을 흔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위는 내달 열리는 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