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購讀) 경제라고요? 아니죠, 구용(購用) 경제입니다!"

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 『디지털 시대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저자,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

소셜 미디어(SNS)를 비롯한 대다수 플랫폼이 광고 수익에 의존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과는 달리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OTT)는 ‘구용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고 있지만 구독(購讀)은 읽는 영역에만 해당되며 모든 분야를 포괄하지 못한다. 월정액을 미리 내고 우유를 배달받으면서 우유를 신문처럼 구독한다고? 자동차를 빌려 쓰면서 잡치처럼 구독한다고 하면 말이 되나?

읽을 ‘독(讀)’ 대신에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쓸 ‘용(用)’자로 바꿔 ‘구용(購用)’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입자들은 읽는 ‘구독’ 행위만 하지 않고 모든 것의 ‘구용’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소유하지 않고 접속해서 쓰는 능력이나 권한을 뜻하는 사용권(usership)이 공유경제의 핵심 개념이기 때문에, 구독경제를 넘어 ‘구용경제’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제1부 ‘광고 날씨를 결정하는 디지털 기술’, 제2부 ‘마케팅 태풍을 몰고 온 디지털 플랫폼’, 제3부 ‘기후 변화를 주도하는 디지털 광고.’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광고와 마케팅을 날씨 예보에 비유해 디지털 시대의 기상도를 살펴봤다. 제2부인 ‘마케팅 태풍 몰고 온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 기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현실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오투오(O2O)와 공유경제, 오티티(OTT)와 구용경제, 옴니채널 마케팅의 세계, 다중채널 네트워크(MCN)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무한 경쟁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용해 언제 어디에서든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공유경제와 구용경제의 가능성도 탐색했다.
대럴 릭비의 논문 첫 페이지 (Harvard Business Review, 2011)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언제 어디에서든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구현되자 OTT 서비스는 바람을 넘어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옴니채널은 2011년 베인앤드컴퍼니의 대럴 릭비(Darrell K. Rigby)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소개한 이후, 이전의 멀티채널이나 크로스채널을 대체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옴니채널 마케팅은 앞으로 구매 접점에서 소비자들이 더욱 즐겁게 쇼핑을 경험하도록 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구매 경로를 안내하고, 매장에서 소비자의 대기 시간을 관리하고, 현장의 문제에 즉각 대응함으로써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는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끊기지 않는 연결에 집중해야 한다. ‘끊기지 않는 연결(seamless connection)’이란 모든 채널을 동원해 소비자와 끊임없이 접촉해야 한다는 사실과 모든 채널들이 일관된 정보와 이야기들로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두 가지가 모두가 이루어져야 성공적인 옴니채널 경험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창출할 수 있다.
유통 채널별 특성 비교
나아가 다중채널 네트워크(MCN)의 콘텐츠는 갈수록 호응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전통 미디어에 배정될 광고 물량이 다중채널 네트워크의 직거래 광고 물량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전통적인 언론사에서는 모바일(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선호할만한 재미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유통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나아가 전통 미디어의 플랫폼에서 놓치고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광고주 입장에서는 다중채널 네트워크가 무척 반가운 손님일 수밖에 없다. 성별, 연령별, 관심 분야별, 온라인 사용 패턴에 따라 꼭 필요한 대상에게만 광고하는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는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하고 싶을 것이다. 광고주들이 마음만 먹으면 마치 미술관의 큐레이터처럼 콘텐츠의 큐레이션을 자유자재로 전개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플랫폼과 콘텐츠가 넘쳐나는 미디어 환경에서 광고주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 분류하고 가공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MCN업계에서 주목받는 BJ 양띵과 대도서관의 아프리카TV 방송대상 수상 장면 (2013)
광고 제작 측면에서도 다중채널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새로운 형식의 광고 콘텐츠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MCN 콘텐츠에 대한 트래픽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광고주들은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이제, 광고주들은 TV, 영화, 뉴스에서 화제를 모은 콘텐츠를 자사의 브랜드 스토리로 짧고 이해하기 쉽게 가공해주는 서비스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큐레이션 서비스는 기존의 광고회사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광고회사 입장에서는 다중채널 네트워크가 조금 어려운 손님이다. 다중채널 네트워크 콘텐츠에 대한 트래픽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광고주들은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의 창의성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소비자 역시 스낵 컬처(snack culture)와 수직 미디어(vertical media)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간편하게 먹는 스낵처럼 짧은 시간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스낵 컬처라면, 수직 미디어는 기존과 달리 특정 분야의 소식만 전하는 미디어다. 광고주에게 새로운 형식의 광고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기존의 크리에이티브만 고집하는 광고회사라면 서서히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광고회사에 다중채널 네트워크는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