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에 발 묶인 배 429척…"좌초 선박, 만조 놓치면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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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등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이집트 수에즈운하를 막고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 대만 ‘에버기븐호’ 예인 작업이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예인선 11척이 하루종일 에버기븐호를 끌어당긴 결과 뱃머리가 약 29m 움직였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까지 일대에 대기 중인 선박은 429척에 달한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예인 작업은 바람과 조수 등 많은 요인이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예상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수일 내에 에버기븐호 예인 작업이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도 통항 재개 준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수에즈운하 북쪽 방향 끝 지점에 있는 사이드항구 관계자를 인용해 “SCA가 일대 해운업체에 수에즈운하 통항 재개를 대비하라는 공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대형 선박에 무거운 컨테이너가 줄줄이 쌓여 있어 무리하게 예인하다간 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조 시기에 맞춰 준설작업이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배 균열 사태를 막기 위해선 에버기븐호에 실린 짐을 빼내 무게를 줄여야 한다. 라비 SCA 청장은 “다음주 안에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컨테이너 600여 개를 옮겨 배 하중을 줄일 것”이라며 “이 경우 최소 며칠은 작업이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버기븐호엔 1만8300여 개의 컨테이너가 실려 있다.
일부 선박은 아프리카 남부 희망봉 주변을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이 경우 항해가 12일가량 길어진다. 해운정보기업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에버기븐호 자매선인 에버그리트호는 이번 사태 이후 컨테이너선 중 처음으로 우회 항로를 선택했다. 한국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도 선박 4척을 희망봉 노선으로 돌리기로 했다. 유럽~아시아 왕래 노선 선박이 희망봉을 돌아가는 것은 약 45년 만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