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車반도체 대란…기아, 4월도 특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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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귀 심화에 車업계 '4월 위기설'기아가 4월에도 완성차 생산을 위한 주말 특근을 시행하지 못하게 됐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 단위로 특근 계획을 짜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4월 특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GM처럼 특근 취소에 이어 감산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쏘렌토·K8 인기차종 생산 차질
현대차도 특근 여부 장담 못해
감산으로 이어지나 '불안'
GM, 중형 픽업트럭 생산 감축
폭스바겐, 10만대 감산키로
HPCU 등 반도체 소자 수급 차질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동조합 화성공장지회는 지난 26일 조합원들에게 4월 특근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공지했다. 화성공장은 쏘렌토, 니로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기아의 전략 세단인 K8까지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근 중단은 이들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이브리드 파워 컨트롤 유닛(HPCU)’ 등 반도체 소자 수급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화성공장은 이달에도 특근을 하지 못했다.현대자동차도 아반떼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울산3공장 등이 27일 특근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 역시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 탓이다. ‘일렉트릭 컨트롤 유닛(ECU)’ 등의 물량 부족이 특히 심하다. 현대차는 부품 공급 불확실성에 따라 이달부터 매주 주말 특근 실시 여부를 월요일에야 확정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한 달치 특근을 아예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흘러 나온다.
2월부터 50%를 감산하고 있는 한국GM 부평2공장은 4월에도 절반만 가동하기로 했다. 전·후반조 중 전반조만 근무하는 식이다. 부평2공장은 말리부, 트랙스 등을 생산한다. 두 차량의 2월 판매량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1.4%, 34.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근 중단 등에 따라 차량 인도가 늦어지면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신차 판매가 늘어나는 분위기였는데, 반도체 품귀에 따른 생산 차질로 수요가 식어버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분기 최대 100만대 생산 차질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수난은 더 심화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미주리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GMC 캐니언, 쉐보레 콜로라도 등 중형 픽업트럭 생산을 감축하기로 했다. 한정된 수량의 차량용 반도체를 수익성이 높은 풀사이즈 픽업트럭 등에 집중 투입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멈춰선 캔자스주 공장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 등은 4월 중순까지 계속 문을 닫을 예정이다.폭스바겐은 1분기 중국과 북미, 유럽 생산량을 10만 대 줄이기로 했다. 포드도 같은 기간 10~20% 감산한다. 도요타는 중국, 미국, 일본 등 공장의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알릭스파트너스 등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완성차 생산 차질은 최대 100만 대, 피해액은 최대 61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3분기까지 수급 차질 불가피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자동차 수요가 회복된 데다 모바일, 가전 등 반도체 전반의 수요 증가로 생산 능력이 한계에 부닥친 게 큰 원인이다. 특히 차량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 글로벌 공급의 70%를 점유하는 대만 TSMC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공급 지연이 확산됐다.여기에 미국 한파, 일본 지진, 대만 가뭄 등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최소 3분기까지 수급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차질의 핵심인 MCU의 경우 발주부터 납품까지 26~38주가 걸린다. 정부는 최근 대만 정부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자동차업계와 팹리스, 파운드리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차량용 반도체 개발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