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 한복판 나무에 올가미가…경찰, '증오범죄' 수사

올가미는 '흑인증오' 상징물…인근 교회 '인종차별반대 공연' 직전 발견
미국 수도 워싱턴DC 한복판에서 사람의 목을 매는 형태의 올가미가 나무에 걸려 있는 게 발견돼 경찰 당국이 증오범죄 가능성을 놓고 수사 중이다. 올가미는 흑인에 대한 인종적 증오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미국에서 인식된다.

27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워싱턴DC의 세인트 마크 성공회 교회 건물 바로 앞에서 올가미가 나무에 설치돼 있는 게 전날 발견됐다.

미 의사당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교회 건물에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현수막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특히 주말인 이날 밤에는 교회에서 보컬 앙상블의 공연이 예정된 상황이었다.

그 공연은 시스템적인 인종차별에 맞서는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고, 예수의 역할을 하는 이는 흑인이라고 NBC는 보도했다.

NBC는 경찰이 증오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DC 시의원인 찰스 앨런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올가미를 "비열한 상징과 증오의 행동"이라고 칭하면서 "크고 분명하게 비난하라. 증오는 이곳에 발붙일 수 없다"며 경찰이 현장에서 교회 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올가미를 수거해 증거물로 보관하고 있다.

이 교회 목사인 마이클 모건은 "그것을 보자마자 정말 화가 났다"며 "많은 사람을 겁주려고 인종차별 증오의 상징들이 사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인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유색 인종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 상징물은 교회 뒤뜰은 물론 우리나라, 우리 도시에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말 밤 교회에서 열릴 공연을 겨냥한 것인지는 불명확하지만 공연 주최 측 리더는 이번 사건이 그들의 공연에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