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감사업 접고 코로나 백신 생산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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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주권' 위해 결단 내린 SK바이오사이언스
年 1000억 매출 독감사업
코로나 백신 대란에 전면중단
노바백스 백신 등 양산 총력
"안정적 공급" 정부와 조율
"수익성 극대화 전략" 분석도
연매출 1000억원 포기
업계에선 코로나19 장기화를 예상하고 결정한 선택과 집중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코로나19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넘어 엔데믹(종식 없는 토착 전염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이런 분석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3억달러(약 1조4706억원) 수준이던 코로나19 백신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 161억달러(약 18조2139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수요는 꾸준히 느는데 원료 부족 등으로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어서 향후 몇 년간 사업성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좋은 코로나 백신
코로나19 백신은 독감보다 수익성이 좋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무료 접종이 주를 이루는 독감 4가 백신 가격은 작년 기준 도스당 1만~1만5000원 수준이다. 코로나19 백신(노바백스 제품 기준)은 한국 정부에 도스당 16~22달러(약 1만8000~2만5000원)에 공급될 전망이다. 수출 가격은 더 높게 매겨질 전망이다.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단백질 재조합 백신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매출처 확보에 긍정적 요소다. 회사 측은 냉장 보관이 편리하고 부작용이 적은 장점 덕분에 2025년께엔 단백질 재조합 백신 비중이 전체의 58%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여러 종류의 백신이 추후 개발되더라도 꾸준한 수요가 있을 거란 얘기다. 단백질 재조합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겉모습만 같은 단백질을 만들어 백신으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지난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에서 “프랑스 사노피, 영국 GSK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했다.
녹십자, 독감 백신 압도적 1위 부상
코로나19 백신 수요와 매출처는 충분하지만 문제는 생산 능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연간 생산 물량은 1억5792만 도스(2도스=1명 분) 수준이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와 노바백스 위탁생산 물량 △기술 도입 후 생산할 예정인 노바백스 백신 △자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공장을 ‘풀가동’할 수밖에 없다.생산 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정상 가동엔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독감 등 생산 제품을 다변화하는 것보다 코로나19 백신에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백신 주권 확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부 차원의 수급이 중요한 독감 백신 생산 문제를 질병관리청 등과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적인 공급처가 필요하다는 정부 의견이 있었다”며 “독감 백신보다는 코로나19 백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 생산회사인 녹십자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녹십자는 전남 화순공장에서 독감 백신을 생산 중이다. 올해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서는 것과 동시에 정부와의 협상 여건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령바이오파마 일양약품 등도 수혜가 예상된다.독감 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영국 GSK가 백신 수급을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독감 백신 부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