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 될 가능성 대비 차세대 백신 개발 프로젝트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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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리처드 해처트 CEPI 대표“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생기고 있어 팬데믹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더 저렴하고 사용하기 쉬우며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차세대 백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백신 생산능력
목표 달성에 큰 도움 될 것"
CEPI를 이끌고 있는 리처드 해처트 대표(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CEPI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과 노르웨이, 독일, 일본 등이 4억6000만달러(약 5211억8000만원)를 지원해 설립된 연합체다. 에볼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전염병을 막을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각국에 공평하게 공급하는 게 목표다.CEPI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모더나 등 12개 백신 제조사에 자금을 댔다. 해처트 대표는 “코로나19를 가장 빨리 종식시키는 방법은 모든 국가에 백신을 공평하고 빠르게 나눠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12개의 백신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이유”라고 했다.
CEPI는 원활한 공급을 위해 생산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별로 완제의약품(DP) 계약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해처트 대표는 “완제의약품은 유리병에 백신을 넣는 공정이 어려워 이 단계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며 “DP 계약을 확대해 생산 속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GC녹십자와 백신 5억 회분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GC녹십자는 이달부터 내년 5월까지 CEPI가 지정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게 된다. 생산 속도에 문제가 생기는 제조사가 발생할 경우 CEPI와 계약한 DP 생산 기업이 위탁생산을 맡는다. 아직까지 GC녹십자가 주문받은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없다. 해처트 대표는 “아직은 백신 생산에 큰 차질이 없지만, 향후 제조사의 생산 여력에 따라 추가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그는 백신이 차질 없이 공급된다면 올여름부터 코로나19 상황이 조금씩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하반기부터 백신의 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최악의 상황은 지날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엔데믹(끝나지 않는 팬데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CEPI는 이를 대비해 차세대 백신을 개발하는 ‘웨이브(Wave)2’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더 저렴하고 사용하기 쉬우며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백신이 될 전망이다. CEPI가 지난해 말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후보물질 ‘GBP510’에 투자한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해처트 대표는 “장기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가는 과정”이라며 “한국의 백신 생산 능력, 과학자들의 기여 등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