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에 자영업 벼랑끝…96%가 매출 반토막, 44%는 "폐업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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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비대위 1545명 조사“1년간 영업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힘겹게 버텼습니다. 집을 팔아 연명하고 있지만 아직도 길이 안 보입니다.”
10명 중 8명 빚 5천여만원 늘어
점포당 고용 4명→2.1명 줄어
정부차원 종합구제방안 내놔야
인천 등에서 돌잔치 전문점 세 곳을 운영하는 김창희 대표는 29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난해 3월 말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돼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던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했다. 그렇게 텅 빈 사업장을 끌어안고 꼬박 1년을 보냈다. 김 대표는 “임차료, 관리비를 못 내 명도소송을 당할 위기”라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돼 더 참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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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응답자의 95.6%(1477명)는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 감소 비율은 평균 53.1%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6%(689명)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이대로면 자영업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자영업자의 위기는 채용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점포당 평균 고용인원은 1년 새 4명에서 2.1명으로 줄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79.3㎡ 규모 호프집을 운영 중인 이창호 대표는 “임차료가 밀려서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폐업을 고민 중”이라며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 종업원 3명을 내보내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김 대표 역시 “종업원뿐 아니라 프리랜서 사진작가, 떡집 업주 등 수십만 명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구제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영업을 할 수 없는 분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절망적 수준”이라는 호소도 나온다. 조지현 전국공간대여협회 대표는 “26.4㎡ 규모 한 파티룸의 지난달 매출은 84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며 “1년 전 매출이 약 16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월세를 내기 위해 결혼할 때 받았던 예물까지 팔았다는 업주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시청 앞에선 음식점 등 주요 분야별 자영업자 대표 9명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1년여를 보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들여다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자영업자 교육비·의료비·임차료 세액공제 △임시근로자(아르바이트)에 대한 4대 보험 분리 적용 등을 요구했다. 자영업자는 지난해 553만1000명이었다. 2019년(560만6000명)에 비해 7만5000여 명 줄었다.
정지은/김남영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