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 금속활자로 찍어낸 '이학지남' 유일본, 일본서 확인

중국 원나라 관리 지침서…일본 와세다대학교 도서관 소장
조선 세종 때인 15세기에 간행됐지만 국내에는 전하지 않는 '이학지남'(吏學指南) 금속활자본이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이학지남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와세다대학도서관 소장 한국전적을 2018∼2019년에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학지남은 중국 원나라 때인 1301년에 편찬한 관리 지침서로, 와세다대학도서관 소장 판본은 1421년에 완성된 세종 초기 금속활자인 경자자(庚子字)로 간행됐다.

금속활자본으로는 처음 발견된 것이며 한국에도 없는 유일본이다. 재단은 "기존에 목판으로 간행된 책보다 더 이른 시기에 금속활자로 간행된 사례라는 점에서 인쇄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세다대학도서관 소장본은 종이를 이어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종이를 이어붙여 인쇄에 사용한 것은 세종 연간에 책을 많이 간행해 인쇄용지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와세다대학도서관 소장 한국전적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담은 국외한국문화재 총서 '일본 와세다대학도서관 소장 한국전적'을 29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이학지남을 비롯해 한국전적 482종 2천686책에 대한 현황과 특징을 밝히고, 상세한 해제를 담았다.

보고서는 기존 와세다대학도서관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던 것 외에 62종의 자료도 추가로 수록했다.

여기에는 일본에서 재간행된 한국전적이나 통신사 관련 일본본, 조선에 유입된 중국본이 포함돼 있다.
1865년 4월부터 1868년 7월까지 경복궁 중건 과정을 책 9권에 담은 '경복궁 영건일기'(景福宮營建日記)도 눈길을 끈다.

중건 관련 문서, 사용된 비용, 동원된 인부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재단은 "와세다대학도서관 소장본은 완질로서는 유일본인데,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한 권 남아있는 권2와 와세다본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는 물론 소장기관과 해외에서도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국·일문 혼합판으로 발간됐다. 재단은 "'미국 클레어몬트대학도서관 소장 맥코믹컬렉션 한국문화재' 등 그간 발간한 국외한국문화재 총서를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디지털 열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