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임기 1년' 이주열 총재, 금리인상 카드 꺼낼 기회 올까 [김익환의 BOK워치]

42년째 통화당국에 몸담으며
금통위원·의장으로 104번 기준금리 결정
앞으로 기준금리 결정회의 8번 남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2년째 통화당국에 몸을 담고 있다. 1977년 한은에 입행해 2012년 4월 부총재로 퇴직한 후 2년 동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과 연세대 특임교수로 일해온 기간을 빼면 그렇다. 그는 총재·부총재로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100번 넘게 참석해 기준금리 결정에 관여했다. 내년 3월에 만료되는 이 총재가 참석하는 기준금리 결정회의는 8번 남았다. 기준금리 결정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이 총재가 남은 1년 임기 동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지에 이목이 쏠린다.

기준금리 인하 9번, 인상 2번 결정

30일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 임기는 2022년 3월 31일까지로 앞으로 1년 남짓 남았다. 지난 2009년 4월 9일에 당시 부총재 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서 처음 기준금리 결정에 관여해 총 104번에 기준금리 결정회의에 금통위원 혹은 금통위 의장으로 참여했다. 부총재 퇴직 직전인 2012년 3월8일까지 36회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 참석했다. 총재 겸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 돌아온 2014년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총 68회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렸다. 그가 금통위 의장으로서 참석한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9번, 인상은 2번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이 총재가 취임할 당시인 2014년 4월 연 2.5%에서 현재 연 0.5%로 떨어졌다. 이 총재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올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과 내년 1월, 2월 등 8차례 열린다. 그가 참석하는 8번의 회의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올지에 대해서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알려진 이 총재의 임기 만료 직후인 2022년 5월 12일 역시 매파 성향이 강한 임지원 위원의 임기가 끝난다. 매파로 알려진 의장과 금통위원의 공백을 누가 메울지 가늠할 수 없다. 이들이 금통위에 남아있는 시점이 그나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최근까지 이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수차례 전달했다.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며 “경기가 안정적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4일에도 ‘주요 현안에 대한 문답’을 통해서도 “현재로서는 통화정책 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이 아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성장률 상향조정에 금융안정 흔들...대선정국은 변수

하지만 이 총재가 언급한 경기 불확실성은 더디지만 조금씩 걷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1%에서 3.6%로 올린 데다 한은도 우리 성장률을 종전 3%에서 3.3~3.4%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는 양상이 이어지는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그만큼 올 하반기~내년 1분기 사이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매파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낸 금통위원도 등장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기준금리 결정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지금보다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대 대선정국과 맞물려 이 총재 임기 안에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 열린다. 20대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5월10일부터 시작된다.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장참여자와 적잖은 국민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정책"이라며 "여론 향배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선을 앞두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회복궤도에 들어선다는 신호를 포착한다면 기준금리 결정회의의 흐름을 주도하는 이 총재가 금리인상 결정의 부담을 안고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이 총재와 금통위가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을 배제할 정도의 강단과 소신은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