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초슈퍼예산이 온다…내년 나라살림 내수 활성화 방점

기재부, 9월2일까지 내년 정부예산안 국회 제출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 추가경정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추경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 김영중 고용부 고용정책실장. 2021.3.2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내년도 예산이 6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고용과 내수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디지털·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미래 혁신 투자와 사회 안전망 보강에 재정을 적극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경제활력·미래혁신·민생포용에 초점

정부는 내년도 재정 운영의 기본방향을 경제활력·미래혁신·민생포용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재정운용'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혁신'으로 설정했다.

국정과제의 이행과 한국판 뉴딜의 착근 등 국정 성과를 완결하고, 디지털‧탄소중립 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선도적 투자를 본격화하면서도 위기대응에서 미래대비 투자로의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한 강력한 지출혁신과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미래 혁신투자 △민생·포용기반 구축 △국민 안전과 삶의 질이라는 4대 분야에 투자의 중점을 두고 편성해 나갈 계획이다.우선 고용·소비·투자 플러스(+) 전환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비대면·신시장 등 유망분야 맞춤형 수출 지원, 광역교통망 등 글로벌 SOC(사회간접자본) 경쟁력 강화, 지역 재도약을 위한 국가균형발전 투자를 확대한다.

또 선도형 경제 전환을 위해 디지털·그린 등 한국판 뉴딜 투자를 확대하고, 2050 탄소중립 이행기반 구축, 제조혁신·R&D(연구개발) 등 혁신생태계 구축 지원, 문화·콘텐츠·소프트파워 강화 등에 역점을 둔다.

코로나19·디지털화로 인한 신(新)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고용·주거·교육 등 핵심 부문에서 맞춤형 안전망을 구축한다. 공공임대 확충, 노인·장애인 일자리 지원, 영아수당 신설 등 저출산 5대 패키지 지원이 핵심이다.교통안전·산업재해·자살·감염병·아동학대 등 국민 생명을 지키고 사회위험요인을 없애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노후방재시설 투자 등 생활안전을 적극 지원하고 물·공기·자원순환 등 생활밀착형 환경개선을 추진한다.

이러한 확장 재정을 위해선 재정혁신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재량지출의 10%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과 함께 안정적인 세입기반 확충,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 등으로 재정 전반의 실효성을 강화한다.

"현재로선 내년 예산 증가율 가늠 어려워"

확장 재정이 현실화하면 내년 예산은 당초 국가재정운용계획(2020~2024 )에서 밝힌 589조1000억원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인 '초슈퍼 예산'으로 편성될 것이 확실시된다.정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을 6.0%로 잡았는데 이를 적용하면 589조원이지만, 최근 3년(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 총지출 추이상 내년에도 9% 수준의 확장 재정을 운용할 경우 예산은 600조원이 넘는다.

특히 올해 총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본예산 총지출(512조3000억원) 대비 2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 등을 포함하면 8.9%보다 3%포인트 더 많은 11.9%로 두 자릿수를 훌쩍 넘어선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11년에 300조원을 넘어선 예산이 6년 만인 2017년 400조원을 넘어서고, 다시 3년 만인 지난해 5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내년 나라살림은 2년 만에 60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0조원을 뛰어넘는 시점이 크게 단축되고 있는 것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내년 예산 증가율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라며 "향후 전반적인 경제 상황,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코로나19의 방역 상황 등을 봐가면서 중간 점검 단계를 거쳐 예산편성 마지막 단계에서 결정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재정 건정성 확보 위해 관리방안 단계적 마련

2021년 추가경정예산안 사전브리핑하는 안도걸 예산실장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재정건정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강력한 지출구조조정과 세입기반 확충, 재정지출의 효율성 향상 등 재정 혁신을 통해 재정 전반의 실효성도 강화한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한시·일시적으로 증액된 사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미래대비 투자재원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세외수입을 늘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기금 여유자금과 민간투자사업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등 재정총량의 제도적 관리방안도 단계적으로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안도걸 실장은 "재정건전성의 틀을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해야 되기 때문에 과감히 재정을 혁신해야 한다"며 "지출 구조조정으로 향후 재정의 중점이 경제위기 극복에서 선도경제로 전환을 견인하는 투자, 미래 대비 투자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실장은 "적극적 재정운용과 재정혁신은 같이 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번 지침은 3월31일 각 부처에 통보되고, 각 부처는 편성지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5월31일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9월2일까지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