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의 진수, 오케스트라 선율로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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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 라이브' 공연 지휘하는 진솔“한국 게임산업은 발전했지만 게임음악에는 다들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음악처럼 잠재력을 갖춘 분야입니다.”
내달 2~3일 세종문화회관서
"대중성 있는 무대로 수요 창출"
다음달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리그오브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공연의 지휘를 맡은 지휘자 진솔(35·사진)의 말이다. 진솔은 이번 공연에서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OST를 들려준다. 둘째날 공연은 메가박스 상영관을 통해 생중계된다.게임음악이라고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하고 연습한 기간만 약 3개월. 게임 속에서 구현된 전자음향을 오케스트라 소리로 바꿔야 해서다. 그는 “게임 마니아들이 공연장을 찾아온다”며 “이미 익숙한 음악을 연주하는 만큼 원곡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그는 게임 마니아였다. 작곡가 아버지와 성악가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악보보다 컴퓨터 앞이 더 친숙했다. 그는 “매일 PC방에서 살면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고, 그때 웬만한 게임은 다 해본 것 같다”고 했다.
지휘 공부를 시작한 건 일본의 거장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에 반해서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학창 시절 여러 게임 캐릭터를 섭렵한 덕분인지 현재 그의 ‘부캐’(부캐릭터)는 여럿이다. 대구MBC교향악단과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심포니의 상임지휘자이며, 민간 오케스트라인 아르티제에서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아르티제에선 아마추어 연주자와 함께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그의 또 다른 직책은 2017년 설립한 게임음악 전문 스타트업 플래직의 대표다. 플래직은 게임음악을 편곡, 작곡해 실제로 연주한다. 2019년 세계 최대 게임회사 블리자드와 지식재산권 계약을 맺었다. 블리자드가 보유한 게임음악을 자유롭게 편곡,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왜 이처럼 여러 직책을 맡고 있을까. 기존 방식을 따라가서는 미래가 불투명해서라고 했다.
“국내 클래식계는 공급과잉 상태여서 수준 높은 연주자는 많은데 수요가 턱없이 적어요. 그래서 대중성 있는 무대를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었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음악 등 서브컬처(하위문화)를 유연하게 흡수한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들의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