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자에 '부당이익 5배 환수' 적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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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급 입법 없이도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 투기로 거둔 부당이득을 최대한 환수할 수 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현재 부패방지권익위법을 적용해도 (부당이득에 대해) 충분히 몰수·추징이 가능하다(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LH(한국주택토지공사) 투기 사태 이후 "소급 입법을 해서라도 불법 투기 공직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정부가 29일 내놓은 답변이다.
당정은 최근 공공주택특별법, LH법 등을 개정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한 경우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의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현행 3000만~5000만원 수준의 벌금보다 처벌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벌어질 범죄에만 적용 가능하다. 이미 투기를 저지른 LH 직원 등은 '부당이익 5배 환수'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등을 소급 적용해서 지나간 범죄에도 징벌적 벌금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LH 사태로 민심을 잃은 더불어민주당이 특히 소급 입법에 적극적이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소급 입법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으며 친일파 등 극히 일부에만 인정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투기 공직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같은 반열로 봐야 한다(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라고 주장하며 소급 입법 추진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홍 부총리와 권 위원장의 발언은, "소급 입법을 안해도 부당이득 환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 정도만 정답이다.
일단 정부가 거론한 부패방지권익위법(부패방지법)으로는 과거 범죄에 대한 부당이득 5배 환수는 불가능하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그 재물 또는 이득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당이득의 몇배를 환수한다는 규정은 없다.
가령 불법 투기로 5억원에 산 땅이 현재 가격이 10억원이 됐다고 치자.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면 땅 자체를 몰수해 10억원 상당의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만약 10억원이 됐을 때 땅을 팔아 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면 5억원의 이득을 몰수한다. 같은 사례에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차익 5억원의 5배, 즉 25억원을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부패방지법 적용 시 제재보다 높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행법에 따른 처벌도 충분히 강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법 투기에 따른 재산을 그대로 몰수한다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부당이익금보다는 큰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충분히 큰 불이익"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산 몰수가 부당이득 5배 환수보다 불이익이 클 수 있다. 가령 현재 땅 가격이 10억원이고 취득가액이 9억원이면, 부당이득은 1억원이어서 5배를 해도 5억원에 그친다. 이 경우에 재산을 몰수하면 10억원 상당의 제재여서 더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법조계 전문가 의견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충분한 처벌이 가능하며, 위헌 소지가 큰 소급 입법을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내부정보로 취득한 재산 자체의 몰수도 제대로 집행만 된다면 굉장히 강한 처벌"이라며 "이보다 처벌을 더 강화하겠다며 위헌성이 짙은 소급 입법까지 동원하는 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입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소급 입법이 현실이 되면 사회 이슈가 터질 때마다 소급 적용을 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법적 안정성이 깨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소급 입법 확산으로 억울하게 과잉 처벌 받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입법 강화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투기자의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라는 범죄 요건을 입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소급 입법 운운할 게 아니라 투기 범죄 수사에 온 힘을 쏟아서 한 명이라도 제대로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현재 부패방지권익위법을 적용해도 (부당이득에 대해) 충분히 몰수·추징이 가능하다(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LH(한국주택토지공사) 투기 사태 이후 "소급 입법을 해서라도 불법 투기 공직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정부가 29일 내놓은 답변이다.
당정은 최근 공공주택특별법, LH법 등을 개정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한 경우 그에 따른 재산상 이익의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현행 3000만~5000만원 수준의 벌금보다 처벌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벌어질 범죄에만 적용 가능하다. 이미 투기를 저지른 LH 직원 등은 '부당이익 5배 환수'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등을 소급 적용해서 지나간 범죄에도 징벌적 벌금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LH 사태로 민심을 잃은 더불어민주당이 특히 소급 입법에 적극적이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소급 입법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으며 친일파 등 극히 일부에만 인정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투기 공직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같은 반열로 봐야 한다(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라고 주장하며 소급 입법 추진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홍 부총리와 권 위원장의 발언은, "소급 입법을 안해도 부당이득 환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 정도만 정답이다.
일단 정부가 거론한 부패방지권익위법(부패방지법)으로는 과거 범죄에 대한 부당이득 5배 환수는 불가능하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그 재물 또는 이득을 몰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당이득의 몇배를 환수한다는 규정은 없다.
가령 불법 투기로 5억원에 산 땅이 현재 가격이 10억원이 됐다고 치자.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면 땅 자체를 몰수해 10억원 상당의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만약 10억원이 됐을 때 땅을 팔아 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면 5억원의 이득을 몰수한다. 같은 사례에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차익 5억원의 5배, 즉 25억원을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부패방지법 적용 시 제재보다 높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행법에 따른 처벌도 충분히 강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법 투기에 따른 재산을 그대로 몰수한다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부당이익금보다는 큰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충분히 큰 불이익"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산 몰수가 부당이득 5배 환수보다 불이익이 클 수 있다. 가령 현재 땅 가격이 10억원이고 취득가액이 9억원이면, 부당이득은 1억원이어서 5배를 해도 5억원에 그친다. 이 경우에 재산을 몰수하면 10억원 상당의 제재여서 더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법조계 전문가 의견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충분한 처벌이 가능하며, 위헌 소지가 큰 소급 입법을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내부정보로 취득한 재산 자체의 몰수도 제대로 집행만 된다면 굉장히 강한 처벌"이라며 "이보다 처벌을 더 강화하겠다며 위헌성이 짙은 소급 입법까지 동원하는 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입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에 소급 입법이 현실이 되면 사회 이슈가 터질 때마다 소급 적용을 하자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법적 안정성이 깨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소급 입법 확산으로 억울하게 과잉 처벌 받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입법 강화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투기자의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라는 범죄 요건을 입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소급 입법 운운할 게 아니라 투기 범죄 수사에 온 힘을 쏟아서 한 명이라도 제대로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