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아진 안전진단 문턱…"규제 안 풀면 목동 재건축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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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첫 관문서 잇단 좌절
작년 9단지 이어 11단지도 탈락
주민들 "비 오면 천장 새는데…"
적정성 검토 진행 9개 단지도 불안
6·17대책 이후 현장조사 강화
도봉구 '삼환도봉' 한 곳만 통과

목동9단지 이어 11단지도 탈락
1988년 준공된 목동11단지는 총 19동, 1595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서울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과 가까워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중에서도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6월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51.87점)을 받아 조건부 통과했다.하지만 목동11단지가 안전진단에 최종 탈락하면서 총 14개 단지, 약 2만6600가구로 구성된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현재 목동 1·2·3·4·5·7·10·13·14단지가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고 있다. 이 중 속도가 가장 빠른 5단지는 국토안전관리원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목동 A공인 관계자는 “지난 24일 목동12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역대 최저점인 49.15점(D등급)을 받아 통과하는 등 연이은 호재로 주민들의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11단지의 탈락으로 고조된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중 8단지를 제외한 모든 단지가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적정성 검토까지 최종 통과한 단지는 목동6단지 단 한 곳이다.안전진단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가 까다로워진 것을 모르고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목동6단지는 통과했는데 9단지, 11단지는 왜 탈락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천구청 측은 목동11단지 안전진단을 시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탈락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공식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완화 없이는 재건축 힘들어
지난해 안전진단 현장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적정성 검토 통과가 크게 어려워졌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적정성 검토에서는 민간 업체가 진행하는 정밀안전진단과 비교할 수 없이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6·17 대책 발표 이후 적정성 검토를 최종 통과한 서울 아파트는 도봉구 ‘삼환도봉’(660가구) 한 곳에 불과하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필요할 때만 현장조사를 하고 그 기간도 반나절 정도에 그쳤다”며 “하지만 6·17 대책 이후 규모가 작은 단지는 1~2일, 큰 단지는 2~3일씩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사업 첫 단추인 안전진단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들뜬 민간 재건축 시장이 차갑게 식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목동·압구정·여의도 등 민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7단지 전용면적 53㎡는 지난 1일 15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2월 14억6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재건축 시장의 기대가 컸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등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없다”며 “정부가 규제를 풀기 전엔 재건축이 사실상 막힌 상태”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