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부족한 듯 어울리는 서곡…베토벤 '피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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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는 ‘피델리오’다. 정적(政敵)에게 납치돼 비밀감옥에 갇힌 남편을 그 아내 레오노레가 피델리오란 이름으로 남장하고 교도소에 취직해 구해낸다는 ‘탈출극’이다. 1805년 ‘레오노레’란 제목으로 초연됐을 때는 ‘레오노레 2번’으로 불리는 서곡으로 시작했다. 이듬해 개정판을 위해 ‘레오노레 3번’을 작곡했다. 무척 규모가 크고 감격적인 명곡이다.
그런데 1814년 ‘피델리오’로 제목이 바뀐 결정판에서는 또 새로 썼다. 이른바 ‘피델리오 서곡’이다. 이 곡은 ‘레오노레 3번’에 비하면 짧고 악상도 빈약하다. 그런데도 오페라 서곡으로는 ‘피델리오 서곡’이, 콘서트용으로는 ‘레오노레 3번’이 굳어졌다. 왜일까? ‘레오노레 3번’의 연주 효과가 훨씬 뛰어나지만 막이 열리기 전부터 관객을 열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무조건 크고 화려한 것보다는 상황에 어울리는 편이 훌륭한 선택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