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콘랩스 "AR용 3D 모델 변환 비용 최대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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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엔 '메타버스 백화점'도 가능할 것"e커머스(전자상거래)에 증강현실(AR)을 도입하면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시장조사업체 빅커머스와 AR 전문매체 AR인사이더에 따르면 AR 컨텐츠가 있는 제품의 구매전환율이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80%나 늘어났다. 반품률은 40% 줄었다.
문제는 비용이다. 제품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3차원(3D) 모델링을 통해 AR 콘텐츠로 변환해야 하는데 제품당 30만원~300만원이 들어간다. 앱(응용프로그램)까지 개발하려면 총 1억원 이상이 들고 시간은 8개월 넘게 소요된다. AR 커머스가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다.리콘랩스는 3D 모델링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솔루션으로 AR 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다. 반성훈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aseeo(아씨오)’를 활용하면 제품당 3D 모델링 비용이 3~5만원 정도로 줄어들고 시간도 1~3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씨오는 360도 방향에서 찍은 동영상만 있으면 100여장의 사진을 추출해 3D 모델을 자동 생성해주는 솔루션이다.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AR 변환도 자동으로 해준다.
NeRF(신경방사영역, Neural Radiance Field) 추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모델링 자동화 방식이 핵심 기술이다. 특징점을 찍어서 연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빛을 투과하는 특성을 분석해 물체의 형상을 추론한다. 이 방식을 쓰면 투명한 제품의 형태와 재질까지도 AR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반 대표의 설명이다. 앱이 아닌 웹기반으로 AR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카페24,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웹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앱 없이 링크만 삽입하면 AR을 구현할 수 있다.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앱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리콘랩스는 가상현실(VR) 콘텐츠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었다. 반 대표는 KAIST에서 문화기술학 박사학위를 받은 VR·AR 전문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VR 콘텐츠 관련 강의를 하기도 했다. 기업부설연구소는 기계공학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윤경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서울대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리콘랩스는 2019년 11월 VR 콘텐츠 기업으로 출발했다. 최대 20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구현해 각종 행사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다.이후 수익 모델을 전환(피봇)했다. 피봇 6개월만에 개발한 최소기능제품(MVP)이 아시오다. 오는 8일 베타서비스를 시작하고 안정화를 거쳐 올 11월께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AR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제조사와 이 콘텐츠를 활용하는 판매사 등에서 구독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AR 커머스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AR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AR 커머스를 통한 판매액이 23억7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엔 365억8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반 대표는 “AR로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싶을 만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필터를 넣거나 인터랙티브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3년엔 실시간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3D 모델링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3D 가상세계) 백화점’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콘랩스는 지난 3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프론트원)과 롯데그룹이 공동 주최한 스타트업 데모데이인 ‘디데이’에 참여했다. 리콘랩스는 이번 디데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19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디데이 출전을 신청한 총 599개사 중 5개사가 디데이에 참여했다.
리콘랩스는 롯데엑셀러레이터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지원 공간인 엘캠프 입주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전영민 롯데엑셀러레이터 대표는 “세계적으로 AR 커머스 도입 속도가 빨리지고 있어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콘랩스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고, 현재 시드 투자라운드를 진행 중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