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성장성 흔들…2차전지株 투자공식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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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그동안 글로벌 2차전지·전기차 관련주를 좌지우지하는 대장주였다. 전날 테슬라 주가에 따라 국내 2차전지 주가도 요동치곤 했다. 하지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속속 내놓으면서 테슬라 주도의 장세도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엔 테슬라를 놓고 월가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동안 '전기차는 테슬라를 따르면 된다'는 투자 공식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테슬라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1%에서 지난해 13%로 줄어들었다. 미국 전기차 내 점유율도 지난해 2월 81%에서 올해 2월 69%로 작아졌다. 그동안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드는 추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미국 점유율은 2025년 40%까지 줄어들 것"이라며 "절대왕자로 군림하다 경쟁에 본격 노출되니 높게 적용됐던 기업가치 기준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때 테슬라 강세론자였던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필립 호우초이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775달러에서 700달러로 낮춰잡았다. "자본이 선호하는 유일한 전기차 종목이 아니다"는 게 주요 이유다. 테슬라에 대한 월가의 목표주가 평균은 640달러로 현 주가에서 상승여력이 거의 없다는 평가다. 35명의 애널리스트 중 10명은 매도 의견을 냈다. 12명은 매수, 13명은 중립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옛 자본의 논리'로만 평가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 주가가 2025년까지 3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토대로 로봇택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근거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시장점유율로만 테슬라 주가를 설명할 순 없다"며 "테슬라가 갖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과 이를 활용한 확장성이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정당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노스볼트 등 유럽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유럽이 정책적인 지원이나 규제를 통해 배터리 주도권을 쉽게 뺏지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2차전지 소재업체 대표는 "향후 유럽이 영내에서 생산된 부품을 일정 비중 이상 써야한다는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사가 소재·장비업체들과 함께 유럽에 공장을 같이 짓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며 주도권 판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국제 특허를 50% 이상 갖고 있다. 토요타는 올해 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5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퀀텀스케이프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업체다. 퀀텀스케이프는 한 때 시가총액이 회사가 제시한 2027년 매출(33억달러)의 12배가 넘는 400억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배터리 표준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각각 원통형과 각형배터리를 주력으로 채택하겠다고 나선 영향이다. 원통형과 각형은 파우치형에 비해 공정 난이도는 낮다. 공정 혁신을 통해 배터리 가격을 떨어뜨리기에 상대적으로 쉽단 얘기다. 대신 파우치형은 고성능 배터리에 최적화돼있고, 디자인 자유도가 높다. 토요타·BMW·아우디 등은 각형, 현대차·벤츠·볼보 등은 파우치형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떤 지역의 어떤 종목이 어떤 배터리 형태로 시장 주도권을 쥘지 셈법은 더 복잡해진 상황이다. 이전엔 국내 주요 종목과 테슬라 정도로 분산투자를 했다면, 앞으로는 유럽과 미국 내 주요 기업에 분산투자를 해야할 필요가 커졌단 얘기다.
이미 발빠른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는 '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로 597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신왕다, 티굿전자 등 중국 전기차 관련주에 집중하는 ETF다. 해외 전기차 관련 ETF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iShares Self-Driving EV and Tech ETF(IDRV)'는 미국과 한국 유럽 등에 분산투자하는 ETF다. 미국 비중이 50% 가량으로 가장 높고, 한국과 독일 일본 등이 1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테슬라 놓고 불거진 우려
테슬라는 지난 30일(현지시간) 3.98% 오른 635.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26일 종가기준 883달러까지 갔던 테슬라는 고점 대비 30% 가까이 조정받은 상황이다. 주가의 단기흐름을 보여주는 20일 이동평균선이 중기흐름을 보여주는 6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내려가며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데드크로스 발생 후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면서 추세적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테슬라 주가가 부진했던 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영향도 있었다. 월가에선 그보다 테슬라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주요국 내 테슬라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테슬라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1%에서 지난해 13%로 줄어들었다. 미국 전기차 내 점유율도 지난해 2월 81%에서 올해 2월 69%로 작아졌다. 그동안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드는 추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미국 점유율은 2025년 40%까지 줄어들 것"이라며 "절대왕자로 군림하다 경쟁에 본격 노출되니 높게 적용됐던 기업가치 기준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때 테슬라 강세론자였던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필립 호우초이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775달러에서 700달러로 낮춰잡았다. "자본이 선호하는 유일한 전기차 종목이 아니다"는 게 주요 이유다. 테슬라에 대한 월가의 목표주가 평균은 640달러로 현 주가에서 상승여력이 거의 없다는 평가다. 35명의 애널리스트 중 10명은 매도 의견을 냈다. 12명은 매수, 13명은 중립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옛 자본의 논리'로만 평가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 주가가 2025년까지 3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을 토대로 로봇택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근거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시장점유율로만 테슬라 주가를 설명할 순 없다"며 "테슬라가 갖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과 이를 활용한 확장성이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정당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목별·지역별로 갈리는 명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확대는 관련 업계의 투자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우선 지역별로 전기차 밸류체인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도 산업 주도권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데, 그 수혜를 비(非)유럽국이 가져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아직까지 노스볼트 등 유럽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유럽이 정책적인 지원이나 규제를 통해 배터리 주도권을 쉽게 뺏지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2차전지 소재업체 대표는 "향후 유럽이 영내에서 생산된 부품을 일정 비중 이상 써야한다는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사가 소재·장비업체들과 함께 유럽에 공장을 같이 짓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며 주도권 판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국제 특허를 50% 이상 갖고 있다. 토요타는 올해 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5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퀀텀스케이프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업체다. 퀀텀스케이프는 한 때 시가총액이 회사가 제시한 2027년 매출(33억달러)의 12배가 넘는 400억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배터리 표준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각각 원통형과 각형배터리를 주력으로 채택하겠다고 나선 영향이다. 원통형과 각형은 파우치형에 비해 공정 난이도는 낮다. 공정 혁신을 통해 배터리 가격을 떨어뜨리기에 상대적으로 쉽단 얘기다. 대신 파우치형은 고성능 배터리에 최적화돼있고, 디자인 자유도가 높다. 토요타·BMW·아우디 등은 각형, 현대차·벤츠·볼보 등은 파우치형을 선호한다.
◆투자자 대응책은
테슬라 성장성 논란, 지역별 산업 주도권 경쟁, 배터리 표준 경쟁 등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분산투자'다.한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한해동안 테슬라를 30억171만달러(3조39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에 대한 매수세도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30일까지 LG화학(9264억원), 삼성SDI(1조1663억원), SK이노베이션(1조1814억원)등 2차전지 3사를 적극 순매수했다.하지만 어떤 지역의 어떤 종목이 어떤 배터리 형태로 시장 주도권을 쥘지 셈법은 더 복잡해진 상황이다. 이전엔 국내 주요 종목과 테슬라 정도로 분산투자를 했다면, 앞으로는 유럽과 미국 내 주요 기업에 분산투자를 해야할 필요가 커졌단 얘기다.
이미 발빠른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장지수펀드(ETF)는 '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로 597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신왕다, 티굿전자 등 중국 전기차 관련주에 집중하는 ETF다. 해외 전기차 관련 ETF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iShares Self-Driving EV and Tech ETF(IDRV)'는 미국과 한국 유럽 등에 분산투자하는 ETF다. 미국 비중이 50% 가량으로 가장 높고, 한국과 독일 일본 등이 1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