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前 전월세 올린 '설계자' 김상조·박주민…제도 신뢰 무너뜨렸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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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부동산 사장님에 믿고 맡겼다"정부·여당의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野 "'부동산 사장님' 탓까지…내로남불"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도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자신이 소유한 서울 신당동 아파트 임대료를 상당폭 인상한 것으로 지난달 31일 확인됐다.문제는 이들이 '제도 설계자'라는 것. 김상조 전 실장은 임대차 3법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고, 박주민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전월세 상한제(인상률 5% 한도),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장본인이다. 단순 내로남불을 넘어 직접 설계한 정책과 법안에 우려됐던 부작용을 시행 직전 스스로 시연한 셈이어서 제도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공보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7월3일 자신이 소유한 신당동 아파트(84.95㎡)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임대했다.
기존 임대료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이었다. 당시 전·월세 전환율(4%)를 적용할 경우 임대료를 9% 올려받은 셈이다. 박주민 의원 자신이 발의한 법안 취지인 재계약시 인상률 5% 상한과 배치되는 인상율이다.박주민 의원이 맺은 계약은 신규 계약이라 임대차 보호법 적용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처리 당시 민주당에서는 갱신 계약뿐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전세 보증금 인상폭을 5%로 제한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제출한 상태였다.
논란이 일자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 임차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임차보증금과 월세를 조정해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며 "신규 계약이라 전월세 전환율 적용을 받지 않아 시세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중개업소 사장님은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했고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박주민 의원뿐 아니라 정작 임대차 3법 취지와 배치되는 임대료 계약을 맺은 여당 소속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은 아니라 해도 '꼼수'로 해석될 수 있는 사례들이다.송기헌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19년 12월 배우자 명의 서울 목동 아파트 전용 84㎡ 전세금을 5억30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26.4% 올렸다. 그는 계약만료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새로운 세입자와 신규 계약을 맺었다고 신고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 역시 서울 대치동 아파트 전용 84㎡의 전세 보증금을 5억4000만원에서 5억9000만원으로 9.3% 증액했다. 그는 임대차법을 관할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다.
민주당 소속이던 김홍걸 무소속 의원도 차남 명의 서울 강남 아파트 전용 59㎡의 임대 보증금을 6억원에서 10억 5000만원으로 61.5%나 올렸다.누리꾼들은 "국민들은 못 올리게 하고 자기들은 올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여당은 연일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고 경고했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이후 투기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7명이나 된다.
경기 시흥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을 맡은 이모 시의원의 20대 딸은 3기 신도시 부지로 결정된 시흥시 과림동 땅을 사고 2층짜리 건물을 올렸다. 해당 부지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라 개발이 시작되면 보상금을 더 받으려고 '알박기'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모 시의원은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을 탈당했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지난해 갭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낙연 위원장은 작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낙연 위원장 측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기간이 끝나면 이사해 살 목적으로 새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라며 갭투자라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는 무주택자의 갭투자를 투기라며 대출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현금이 없는 무주택자는 폭등하는 집값을 보면서 손을 놓게 만들었다"며 "현 정부 기준에 따르면 (이낙연 위원장도) 갭투기자"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위선은 감추려야 감출수가 없는 것인가. 세입자 고충을 덜어줘야 한다며 임대차법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이 정작 자신의 세입자에겐 임대료를 대폭 인상해 받아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의겸 전 대변인의 '아내' 탓, 김상조 전 실장의 '집주인 인상' 탓에 이어 이번엔 '부동산 사장님' 탓이 새롭게 등장했다"며 "김상조 전 실장은 짐을 싸 청와대를 떠나기라도 했다. 박 의원은 어떤 방법으로 국민에게 속죄할 텐가"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