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내곡동 땅 부정확한 표현이 논란 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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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토론회서 해명“무슨 오해가 있다고 여기에서도 45분 동안 이(내곡동) 얘기만 하나.”
"토지 수용 결정 과정 몰랐고
시가보다 더 낮게 보상받아
시민들은 비전·정책에 관심"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는 한마디로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 토론회’였다. 100분 동안 진행된 토론의 절반 가까운 시간이 내곡동 의혹 관련 질문과 답변으로 채워졌다. 패널로 참여한 언론인들의 ‘내곡동 토지 수용 인지 여부’ ‘특혜 여부’ 등의 질의가 이어질 때마다 오 후보는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적극 반박했다.오 후보는 특히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와 토지 수용 결정 과정을 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가 서울시장 보고 없이 추진될 수 있냐’는 질문에 “서울에는 재개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존재하는 수많은 사안이 있다”며 “(내곡동 문제는) 국장 전결 사항으로 처리된 전형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린벨트가 풀려 토지 보상을 받은 것 자체가 혜택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3.3㎡당 271만원의 보상을 받았는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는 317만원이었다”며 “시가보다 오히려 3.3㎡당 40만~50만원이 적었다”고 해명했다.
‘땅 존재도 몰랐다는 말 때문에 논란이 확산됐다’는 지적에는 “부정확한 표현이 빌미가 된 건 반성하고 있다”며 “‘(토지 수용 문제가) 제 의식 속에 없었다’는 표현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은 자꾸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게 거짓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질문마다 오 후보의 길고 자세한 설명이 이어지자 사회자는 “시간상 다음 질문을 해야 한다”며 말을 끊었지만, 오 후보는 “이건 말씀을 꼭 드려야겠다”며 답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후에도 내곡동 관련 공방이 계속되자 오 후보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토지 보상에 있어 시가보다 1원이라도 더 받았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더 낮게 보상받았는데 여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관훈토론회에서조차 45분이 넘게 이 얘기만 하고 있는 건 비전과 정책을 듣고 싶어 하는 서울 시민의 손해”라고 토로했다.오 후보는 다음 주제였던 ‘부동산 이슈’와 관련해 “소득이 없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재산세를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세금 부과 기준을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얘기 도중에는 “박 전 시장이 시작한 일은 정치철학과 맞지 않더라도 지속할 건 지속하겠다”며 “많은 재원이 투입된 대형 시책 사업을 후임 시장이 아무런 고민 없이 뒤집는 건 시민께 큰 죄”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