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유통사, '팜에어한경' 보고 年 2조 농산물 산다

현대百 이어…
이마트·롯데마트도 가격예측에 AI 활용

기업들, AI 기반 디지털 혁신 속도
"산지 정보 실시간으로 체크
쌀 때 사뒀다가 가격급등 대처"
'대파 파동' 등 물가 리스크 관리
< 유통 3사, 팜에어한경과 릴레이 계약 > 지난 23일 협약식에서 현승윤 한국경제신문 상무(왼쪽부터)와 정재우 롯데마트 상품본부장, 권민수 팜에어 대표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와 롯데마트·롯데슈퍼가 대한민국 농산물 표준가격 서비스인 ‘팜에어한경’을 4월부터 도입한다. 지난 16일 계약을 체결한 현대백화점그룹을 포함해 국내 3대 유통사가 모두 팜에어한경 서비스를 활용함에 따라 농산물 구매 시스템에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농산물 시장을 움직이는 유통 3사의 식자재 구매팀이 연간 사들이는 농산물은 2조3800억원어치에 달한다. 축산물과 수산물을 포함하면 5조원이 넘는다. 주요 유통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가격 예측시스템인 팜에어한경을 이용하게 되면서 농산물 구매 시장에도 최초로 디지털 혁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마트 “구매팀 40명이 쓰는 플랫폼”

최진일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상무
지난 23일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롯데쇼핑은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팜에어한경 서비스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마트는 29일 계약을 완료했다.

이마트는 국내 유통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양의 농산물을 사들인다. 지난해 농산물 구매액만 9600억원에 달했다. 축산물은 4500억원, 수산물은 2400억원이었다. 해마다 1조6500억원어치가 넘는 신선 식재료를 국내 산지에서 조달한다.이마트 바이어(상품기획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산지에서의 적정 구매시점이다. 산지 농산물 가격이 치솟아도 곧바로 이마트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이천에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농산물 저장·가공센터인 ‘이마트 프레시 센터’를 지은 것도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최진일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상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경영진에는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팜에어한경을 도입하면 40명의 구매담당자가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소비자들에게도 (물가 불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인 만큼 국내 농산물 가격 안정화에 책임이 있는 유통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최적기에 저장품목 늘릴 것”

롯데마트는 2017년 충북 증평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식자재 가공공장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를 완공했다. 5만5894㎡(1만7000평) 규모인 이 센터는 가공 전 단계의 농·축·수산물이 모이는 물류기지다. 영·호남, 충청 등의 생산지에서 빠르게 원재료를 공급받고 가공하기 위해 증평을 택했다.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의 가장 큰 역할은 ‘농산물 물가 대응’이다. 내부에 ‘CA저장고’라는 시설이 있다. 온도와 습도는 물론 공기 중 질소 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추석에 딴 햇사과를 얼리지 않고 최대 8개월까지 맛을 유지할 수 있다. 가격이 쌀 때 사뒀다가 비쌀 때 유통 물량을 늘려 가격 급등을 막는 ‘물가 대응’도 가능하다.

지난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국내 산지로부터 구매한 농산물은 5276억원 규모. 정재우 롯데마트 상품본부 상무는 “팜에어한경 도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 들어 농산물 가격 변동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 팜에어한경 데이터를 토대로 신선품질혁신센터의 저장 품목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팜에어 서비스를 시범 사용해본 정해연 롯데마트 채소팀장은 “산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놀랍다”고 평가했다.

“농산물 구매 길잡이 되겠다”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사장
팜에어한경은 농산물 도매 시장 구조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식품 제조사와 식자재 회사들은 수시로 변하는 식자재 시장에서 적정 가격에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시스템이 없어 애를 먹었다. 각사의 구매 담당자들은 파편화된 정보와 경험만으로 농산물 시세를 예측해왔다. 팜에어한경에 유통 3사가 기대를 거는 것도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이번 협약으로 유통기업들은 농산물 구매 시점을 합리적인 근거 아래 결정할 수 있고, 생산자는 계약재배 증가로 안정적인 소득이 기대된다. 최근 급등락세를 보인 대파 등 농산물 가격 파동을 최소화할 수 있어 먹거리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생산·유통·소비 3축이 모두 윈윈하는 모델이 구축된 셈이다.팜에어한경은 농산물 AI뉴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 등락 수치뿐 아니라 원인까지 분석해 다각도의 분석 리포트를 매일 제공한다. 급락 품목과 거래량 상위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들을 수 있다. 상반기 축·수산물 가격 정보 서비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박종필/김보라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