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우주·수소·AI…신사업 넘어 '새 시대' 치고나가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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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신소재·한화 우주·효성 수소·현대重 AI정유 화학 조선 철강 등은 과거 ‘장치산업’으로 불렸다. 수천억~수조원을 들여 대규모 ‘장치’를 세워 놓으면 돈을 벌었다. 새로운 사업자는 잘 들어오지 못했고, 소수 기업만이 경쟁하는 독과점 시장이 됐다. 기업 문화가 보수적인 것은 당연했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이 돌연 사업을 재편하겠다며 최근 일제히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 사업으로는 성장은커녕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 영향이다. 달라진 리더십과 자본시장 내 위상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오래된 기업, 새로운 시도…'제2의 창업' 맞먹는 도전
"과거의 '유산'으론 생존할 수 없다"
트렌드 밝은 젊은 경영자 '영역확장'
저금리로 자금조달도 쉬워져
과감하게 M&A·신사업 추진
○한화는 우주로…포스코는 수소 생산
경제계에서 요즘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그룹은 한화와 포스코다. 한화는 이달 초 우주 관련 핵심 기술을 한데 모아 통합적으로 컨트롤하는 ‘스페이스 허브’란 조직을 꾸리며 우주항공산업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처럼 우주 발사체 개발, 더 나아가 우주 에너지원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한화는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한화큐셀을 통해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는 태양광으로 얻어진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물 분자를 깨뜨려서 수소를 얻고, 이 수소를 수소차에 충전할 수 있도록 충전소 등 인프라까지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소재를 제2의 제철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배터리 원료 조달부터 양극재·음극재 생산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하고, 세계 1위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산업 환경 변화에 발맞춰 제철뿐만 아니라 다양한 핵심 소재를 공급해 한국의 미래 산업을 지원하고,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또 작년 말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해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수소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이뿐만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수소사업 협력 방안을 체결했다. 계열사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로부터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입한 뒤 수소생산 설비에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사 최초로 LPG와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선박과 암모니아 운반 및 추진선 개발에 나선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작년 수소액화플랜트, 폐자원 에너지화 플랜트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수주를 잇따라 따내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풍력발전 시장이 성장하면서 두산중공업은 향후 풍력발전 관련 수주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변화 주도
이들이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탓이 크다. 포스코는 제철 사업만으론 매출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포스코 매출(별도 기준)은 지난해 약 26조원으로 전년의 약 30조원 대비 10% 이상 줄었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도 실적이 좋지 않았다. 2018년 매출도 30조원대였다. 현대중공업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 회사 매출은 2018년 27조원, 2019년 26조원, 지난해 18조원으로 꾸준히 감소 중이다. 한화는 금융, 유통, 호텔 등의 사업에서 최근 고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의 ‘유산’만으로 확장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리더십의 변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변화는 젊은 경영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작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다.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과 그의 동생 조현상 부회장 체제로 완전히 전환됐다. 이들 젊은 경영자는 신사업 진출에 거부감이 적고, 필요하면 사업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사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과거 대기업 총수들이 그룹 내부에서 사업하는 것을 고집했던 것과 다르다.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자금 조달이 쉬워진 것도 한 요인이다. 한화는 이달 초 한화솔루션을 통해 증시에서 1조3460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자 한화시스템을 통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 두산중공업과 포스코케미칼 등도 증시에서 최근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안재광/최만수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