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엑소더스'여파?…미얀마서 한국행 임시항공편 요금 급등(종합)

여행업계 관계자 "하루만에 670달러에서 835달러 이상으로 치솟아"
정부서 "떠나라"는 미국·독일·노르웨이인들, 한국행 항공편이 '거의 유일' 해법
미얀마 유혈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미국과 독일, 노르웨이가 현지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소개령을 내리거나 미얀마를 떠날 것을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전해지자 한국행 임시항공편 요금이 치솟고 있다. 주요 항공사 국제항공편이 끊긴 상황에서 귀국길에 오르는 외국인들이 출국하려면 한국행 항공편 등 극소수 항공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일 현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구호 항공기(relief flight)'라는 이름으로 한국∼미얀마 노선을 오가는 미얀마국제항공(MAI) 임시항공편의 4월초 한국행 항공권 요금은 전날 835달러(약 95만원)로 책정됐다.

주요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 출국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한국행 임시항공편 요금이 지난달 30일 670달러(약75만원)보다 무려 165달러나 오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제항공편 착륙이 전면 금지된 상황에서도 MAI의 한국행 임시항공편이 유일하게 운항을 계속해 왔다.

외항선원 등 해외 송출 근로자들이 비교적 많은 미얀마로서는 이들의 귀국과 교대 인력을 위한 항공편이 필요했고, 그 해결책으로 한국행 항공편이 낙점된 셈이다.

MAI 임시항공편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H여행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MAI의 4월 11일과 13일 한국행 임시항공편 좌석값이 하루만에 670달러에서 835달러로 치솟았다"며 "그마저도 더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시항공편 가격이 하루새 급등한 건 미국 정부의 비필수 업무 공무원 및 가족 소개령과 노르웨이 정부의 자국민 귀국 권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얀마에 주재하는 자국의 비필수 업무 공무원과 가족의 철수를 명령했다.

미 국무부는 미얀마 정세 불안정을 이유로 이같은 명령을 내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비필수 업무를 보는 공무원과 그 가족에게 자발적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유혈 사태가 악화하면서 '명령'으로 수위를 높인 것이다.

독일 정부도 같은날 자국민에 유혈사태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가능한한 빨리 미얀마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외교부는 웹사이트에 올린 여행경고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민항기가 있을 때 미얀마를 떠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그 하루 전에는 노르웨이 외교부가 자국민들에게 미얀마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아직은 미얀마를 떠날 수 있지만, 이는 예고없이 변할 수도 있다"면서, 이번 방침은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협의로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소개령과 미얀마에서 떠나라는 강력한 권고로 외국인들의 좌석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MAI측이 항공권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렸다는 분석이다.

미얀마 3대 이동통신사 중의 하나인 텔레노르(Telenor)를 운영하는 국가인 노르웨이의 자국민 귀국 권고 역시 출국 러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이나 노르웨이 국적자 등 미얀마 체류 외국인이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항공편은 MAI 인천행 임시항공편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나 싱가포르행 임시 항공편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이렇다할 운행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국적기인 대한항공이 미얀마 급유업체 파업과 양곤 국제공항 관제사 파업 이후 임시항공편 운항을 하지 않는 점도 항공권 요금을 부채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엑소더스'로 인해 한국행 임시항공편 요금이 치솟으면서 한국 교민들도 영향을 받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입국이 쉽지 않아 귀국 수요가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들어갈 교민들로서는 항공권 급등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족이 이미 귀국해 양곤에 혼자 머물고 있는 한국기업 주재원 B씨는 13일부터 시작되는 미얀마 연휴기간을 이용해 한국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항공권 가격이 200달러 가까이 올랐다고 해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