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페미니즘은 자연의 순리 되찾는 것
입력
수정
지면A30
여성 선택(Female Choice)
진화생물학 근거로 기존 질서에 반기
자연서 생존·번식은 암컷 선택에 달려
'문명의 한계' 도달한 남성 중심 사회
지구 생태계 회복 위해 불평등 끝내야
지난 2월 말 독일에서 출간된 《여성 선택(Female Choice》은 진화생물학을 근거로 남성 위주의 세상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법칙이 인간 세계에서는 언제 어떤 이유로 뒤틀렸는지 진화생물학과 문화인류학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인류가 농업혁명을 통해 오랜 기간 채집과 수렵 활동을 끝내고 정착 생활을 하면서 남성 중심 문명이 시작됐지만, 이제 곧 자연의 순리대로 돌아가 남성 중심 문명이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 선택(female choice)’은 지구상 대다수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번식 전략을 설명하는 생물학 용어다. 저자에 따르면 자연 세계에서는 여성이 성(性) 주도권을 갖고 있다. 수컷은 구애하고, 암컷이 선택한다. 예를 들어 수컷 공작새는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한다. 다채로운 색의 깃털과 눈에 띄는 붉은 부리로 암컷에게 구애한다. 수컷 순록은 뿔의 크기를 키워서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애를 쓴다. 수컷은 노래하고, 춤추고, 싸우고, 집을 짓는다. 암컷은 이 모든 쇼를 즐긴 뒤 번식을 위한 최종 승자를 결정한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본능적으로 여성이 상대를 결정하는 것이 자연법칙이지만 유독 인간 세계에는 그렇지 않다. 《여성 선택》은 이런 자연법칙이 인간 세계에서 뒤틀리게 된 이유를 파헤친다. 지식과 학문의 세계는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저자는 “남성 과학자들이 만든 과학 이론과 세계관이 비뚤어진 성 역할을 강요했고, 생물학적 차이를 근거로 여성들을 억압해왔다”고 지적한다. 종교 역시 남성 지배 구조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남성들은 학문과 지식과 종교를 이용해 권력을 틀어잡고 여성 위에 군림했다.
홍순철 < 북칼럼니스트·BC에이전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