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내로남불'에 민심 싸늘…"정부 정책 더이상 못 믿겠다"

유세현장 민심 들어보니…

"삶 나아진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힘있는 與 후보 지지
민심 이탈 조짐에 與 위기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서울 합정동 합정역에서 장애인 지원 대책과 관련해 발달장애인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도 그렇고 민주당은 아예 ‘부동산 사다리’를 치우고 있습니다.”(서울 목동 변모씨·39) “문재인 정부는 공약대로 한다고 하죠. 그런데 삶이 나아진 게 하나도 없어요.”(합정동 편의점주 김진화 씨·49)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전날인 1일 선거 유세 현장에서 확인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은 싸늘했다. ‘LH 사태’로 일찍이 마음이 뜬 2030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내내 주창해온 ‘공정’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주요 지지층이던 4050도 “이번만큼은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뿐만 아니라 경제, 외교·안보, 코로나 방역 등 정책 전반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민주당 부동산 정책은 이제 못 믿어”

유권자들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최대 이슈로 단연 부동산을 꼽았다. 이날 오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합정역 지하철 유세를 지켜보던 이모씨(대현동·47)는 “집값을 이렇게 올려놓고 찍어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때부터 돌아섰다”며 “박 후보는 이 와중에도 오세훈 내곡동 얘기만 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모씨(신림동·29)는 “이제 민주당 부동산 정책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후 박 후보가 자리를 옮긴 목동역 유세 현장에서도 반응은 비슷했다. 6학년 아이를 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모씨(목동·45)는 “임대차 3법 통과되고 나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삶이 힘들어진 와중에 LH 사태, 김상조·박주민 ‘내로남불’로 민주당에서 완전히 마음이 떠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목동 엄마들 민심이 그렇다”고 전했다.

청년 실업에 북핵 위협까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일 공릉동 경춘선숲길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한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제와 외교·안보 등 문재인 정부의 다른 정책을 바라보는 민심도 흉흉했다. 고용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청년층의 불만이 쌓이자 전국학생행진 등 청년단체들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국학생행진은 “민주당은 청년실업과 경제난, 악화된 대북관계의 원인을 전 정권 탓으로 돌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높은 청년실업률과 더욱 커진 북핵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며 “기준 없는 4차 재난지원금, 극성 지지층을 위해 절차를 무시하는 민주당의 행보야말로 지지율을 위해 국가의 자원과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사태’도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 준비생 문모씨(대학동·37)는 “얼마 전 어린이대공원에 갔더니 고민정 의원이 박 후보 지지 유세를 하고 있었다”며 “‘피해 호소인’ 논란으로 선거캠프 대변인을 사퇴했으면 유세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합정역 유세에서 박 후보와 셀카를 찍은 30대 여성 정모씨는 “박 후보가 당선되면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라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진영 씨(봉천동·31)도 “그래도 거대 여당 후보가 힘있게 일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며 “박원순 사태에 박 후보의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감 커진 與, “미안하다” 연신 읍소

민주당은 2030의 변심과 4050의 이탈 움직임에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박 후보의 목동역 유세 현장에서 지지 연설을 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연신 “2030에 미안하다”고 읍소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시민들의 화를 어떻게 풀어주느냐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라고 털어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 성향이 강한 2030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사태, 조국 사태 등 문재인 정부의 공정에 대한 불만을 쌓아오다 LH 사태가 결정적 트리거가 됐다”며 “4050도 이념적 성향보다 부동산 등 이익 침해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여당이 매우 어려운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임도원/조미현/송영찬/김남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