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에 천대엽 판사…재판부 전원 '비검찰 출신'

고위법관 중 재산 가장 적어…대법관 후보로 세번 올라
임명동의안 내주 국회 제출…청문회 거쳐 임명까지 1개월여 소요
오는 5월 퇴임하는 박상옥 대법관 후임 후보로 천대엽(57·연수원 21기)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가 최종 선정됐다.검찰 출신 대법관 후임에 판사 출신이 제청되면서 대법원 재판부는 모두 '비검찰' 출신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신임 대법관 후보 중 천 수석부장판사의 임명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천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다음주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국회는 임명동의안 접수를 시작으로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인준 절차를 밟으며, 통상 임명까지 1개월여 정도 걸린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는 천 후보자와 봉욱 변호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대법원은 "천 후보자가 사법부 독립, 기본권 보장,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 대법관으로서 기본적 자질을 갖췄을 뿐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천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고,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형사합의부 경력이 많아 형사법에 정통한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대법관 제청 후보 명단에 연이어 세 차례 이름을 올릴 만큼 법원 안팎의 신망이 두텁다.
천 후보자는 지적장애인 성추행 사건 재판에서 주요 피해 진술이 일관되면 사소한 부분의 진술이 부정확하더라도 신빙성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판시하는 등 피해자를 배려하는 판결로 주목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상 수준 이상의 금원'을 찬조금 형식으로 받는 것은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으며, 국회의원실 직원 급여를 재분배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던 기부 관행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학교 안전사고와 관련된 유족 공제 급여를 법 취지를 고려해 폭넓게 인정하고, 중금속 검출 사실을 숨긴 정수기 회사에 위자료 지급 명령을 내린 것도 주요 판결로 꼽힌다.

201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재판을 맡아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부담해야 할 사저 부지 매입 비용을 경호처가 떠안도록 한 대통령실 경호처장에게 배임 유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천 후보자는 청렴한 법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고위법관 재산 현황에 따르면 천 후보자의 재산은 2억7천300만원으로 공개 대상 고위법관 144명 중 가장 적었다.

검찰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 후임에 판사 출신이 최종 후보로 제청되면서 6년 만에 다시 13명의 대법관이 모두 비검찰 출신으로 채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2012년 검찰 출신인 안대희 대법관 후임으로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이 제청됐지만 도중 낙마하면서 2015년 박 대법관이 임명될 때까지 3년간 대법원 재판부는 비검찰 출신으로 구성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