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반발로 공항 '보안 강화' 한나절 만에 철회

"'바이오 탑승' 조속 도입해야"
'신분증 도용 탑승'을 막기 위해 한국공항공사가 추진했던 보안 검색 강화 조치가 항공사의 반발로 시행 반나절 만에 철회됐다. '보안 구멍'은 여전하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일 공항 등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봄철 여행객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전날 오전부터 국내 공항 출발 검색대의 신분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이용해 티켓을 발권한 승객 모두를 상대로 집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묻는 '추가 보안 질의'가 진행했다. 공사의 조치는 '신분증 도용 탑승'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최근 들어 전국 공항에서는 타인이 구매한 탑승권을 양도받은 후 항공사에 이를 알리지 않고 신분증을 도용해 보안 검색을 통과한 사례가 거듭 적발됐다.

광주 공항에서는 초등학생이 친언니의 신분증을 도용해 홀로 제주행 비행기에 타는 일도 있었다. 공사 측은 키오스크를 통한 탑승권 발권 증가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항공사들이 탑승권 발권 과정에서 승객 신분을 확인했는데, 키오스크를 통한 발권 기능이 생기면서 이런 절차가 간소화됐다"며 "1차 보안 검색대 역할을 하던 항공사의 시스템 변경으로 신분증 도용이 쉬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됐던 신분확인 절차는 한나절만인 이날 오후 5시께 다시 '원상복구' 됐다. 보안 질의로 인해 검색대 통과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공기 이륙이 지연되고, 항공사와 승객들의 항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공사는 승객들에게 지문이나 손바닥 정맥 등 생체정보를 통한 '바이오 탑승 서비스' 이용을 독려해 보안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전에 생체정보를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데다 개인정보 제공을 꺼리는 승객들도 있어 이용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공항의 '보안 구멍'은 큰 사고나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

키오스크 사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신분증 도용 문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보안'과 '승객 편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용원 전 국토교통부 항공보안과장은 "정부에서 보관 중인 생체정보를 항공 보안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해 통과됐는데 아직 시행이 안 되고 있다"며 "육안 신분 대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바이오 탑승'을 조속히 도입하는 방향으로 법과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