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세계기록유산 등록 절망적"…유네스코 개선안 韓에 절대 불리

상대국이 이의 제기하면 무제한 등록 보류
산케이 "유네스코가 위안부 등록 동결한것"
최대 지원국 일본 입김 강해질듯
사진=연합뉴스
유네스코가 상대국이 이의를 제기하면 세계기록유산 등록을 무제한 보류하는 개정안을 마련한다. 일본의 반발로 2016년 이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록 가능성도 절망적이 됐다고 일본 극우 성향 일간지 산케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유네스코는 전날까지 세계기록유산 제도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했다. 오는 7일부터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위원회가 개정안을 승인하면 2016년 이후 5년 만에 등록 신청을 재개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세계기록유산은 해당 국가가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또 유네스코 사무국이 신청안을 개시하면 다른 나라가 최대 9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자유롭게 신청하고 등록 과정에서 가맹국은 발언권이 없었다.

다른 나라가 이의를 제기하면 관계국가들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대화 기간은 무제한으로 이의를 취하하지 않는 한 등록을 보류한다"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협의기간을 4년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이 신문은 "일본은 이의를 취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등록은 사실상 절망적이 됐다"며 "유네스코가 위안부 문제를 동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청은 사실에 기초해 편향되지 않도록 기재하고 입증이 불가능한 주장과 사상은 배제한다는 원칙도 개정안에 담긴다.이미 2016년 등록을 신청한 위안부 자료는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가맹국 사이에서 위안부 관련 자료도 개정안에 따라 취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2016년 한일간의 '위안부 기록물 역사전쟁'을 계기로 신규접수를 중단하고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2014년 1월 여성가족부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관련 위안부 기록물을 모아 세계기록유산에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협력 의사를 내비치면서 등록이 본격화됐다.반면 일본은 '위안부는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2007년 국무회의 결정에 근거해 강하게 반발했다. 2015년 10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제12차 회의를 앞두고도 거듭 유감을 표명하며 밀실에서 이뤄지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 제도를 바꾸라고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일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중국 등 8개국 14개 기관으로 구성된 각국 민간단체들과 영국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은 2016년 5월 위안부 관련 자료 2744건을 모아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란 이름으로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본 정부는 같은 해 10월 분담금 납부를 연기하면서 저지에 나섰다. 이듬해 5월에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 등록 과정에서 이해 당사국이 대립하면 사전협의를 권장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분담금 납입을 보류했다. 일본은 유네스코 최대 지원국이다.일본의 공세에 시달린 IAC는 결국 위안부 기록물의 등록 심사를 보류하는 권고안을 유네스코에 전달했다. 이리나 보코바 당시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위안부 기록물 역사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