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5월부터 원유 더 생산…"유가 과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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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까지 감산 소폭 완화키로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다음달부터 세달간 원유 생산량을 기존보다 소폭씩 늘리기로 했다. 감산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었던 시장 예상과 반대 조치다. OPEC+ 감산 조정 회의에 앞서 미국이 OPEC 좌장국격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에너지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번 결정이 나왔다.
시장 예상과 '딴판'
美 에너지장관, 회의 앞서 "유가 너무 높으면 안돼"
항공수요 회복세…유가 3%대 상승
OPEC+, 세달간 소폭씩 원유 생산 늘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OPEC+는 다음달에 원유 일평균 35만배럴을 기존보다 더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6월에는 5월 산유량에 일평균 35만배럴을 또 더한다. 여기에다 오는 7월엔 하루 40만배럴씩을 더 생산한다. 이에 따라 OPEC+의 총 감산량은 다음달에 약 하루 650만배럴, 오는 7월엔 일평균 570만여배럴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달 총 감산량은 하루 약 700만배럴 규모다. OPEC+은 작년 5월 일평균 970만배럴에 달했던 감산량을 차차 축소하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도 자체 감산량을 3개월에 걸쳐 줄인다. 사우디는 그간 OPEC+ 감산과는 별도로 하루 100만배럴씩을 시장에 덜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달엔 기존 감산폭 대비 하루 25만배럴, 오는 6월엔 35만배럴, 7월엔 40만배럴씩을 더 생산할 예정이다.
시장 예상과 반대…“미국이 감산완화 촉구 신호”
주요 외신들은 OPEC+의 이번 결정이 예상밖 조치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OPEC+가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감산을 이어갈 것이라는게 중론이었다”며 “감산 조정 회의에 앞서도 회원국간 부정적인 원유 수요 전망을 공유했다”고 지적했다.지난달 30일 OPEC+은 공동기술위원회를 열고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증가량을 하루평균 560만 배럴로 추산했다. 기존 전망치인 하루평균 590만 배럴에서 30만 배럴 내려잡은 수치다. 4~6월 원유 수요는 기존 예상보다 100만 배럴씩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이를 두고 미국 등 각국이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 OPEC+에 감산 축소를 꾸준히 요구한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고, 다른 원자재 가격도 작년 대비 크게 올랐다. 각국은 이로 인해 물가가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과 통화했다”며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이 사우디에 유가를 안정시켜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OPEC+에 증산을 고려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간 감산에 OPEC+ 회원국 불만도 쌓여
OPEC+ 소속국 중 일부가 감산 축소에 나서자고 요구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지난 1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늘리자고 요구해왔다. OPEC+는 이들 두 국가에 지난 두달 간 소폭 감산 축소를 허용했다.블룸버그통신은 한 OPEC+ 소속국 대표를 인용해 “일부 소속국만 원유를 더 생산하게 한 것을 두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등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OPEC+ 내부적 긴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경제회복 기대도 작용…유가 3%대 상승
OPEC+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경제 타격에서 점차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이날 OPEC+ 감산 조정 회의에서 “항공 여행 등 수요 타격이 컸던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시장 회복세가 완전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 공장활동 증가율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프라 등에 2조3000억달러 규모 투자안을 발표했다. 중국 내 수요 지표도 강세다.
각국 코로나19 백신 보급률이 빠르게 늘면서 이동·여행 수요도 오르고 있다.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과 미국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사람 수는 모두 오름세다.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세계 7일간 평균 상업 항공편은 7만7708편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