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신기록 행진에... 공모주 수요예측에 개입한다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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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은 공모주 청약을 받기에 앞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거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종 공모가가 확정된다. 기관들 사이에서 인기에 따라 공모가가 희망 범위보다 높게 결정될 수도 있고, 희망 범위보다 낮게 정해질 수도 있다. 수요예측은 공모주 청약의 전초전인 셈이다. 수요예측 성적이 저조할 경우 아예 청약을 받지 않고 IPO를 철회하기도 한다.
경쟁률 신기록 행진... 칼 빼든 당국
그런데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계속되면서 이제 수요예측 단계에서 IPO를 철회하는 것은 옛날 일이 됐다. 올 1분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25곳의 평균 기관 경쟁률은 1325 대 1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 평균(832 대 1)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모든 기업이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 이상으로 결정했다. 희망 범위를 초과해 공모가를 정한 기업도 64%(16곳)나 된다. 지난해 1분기에는 3곳 뿐이었다. 이달 초 수요예측을 받았던 자이언트스텝은 기관 경쟁률 1692 대 1을 기록해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경쟁률 역대 2, 3위에 이름을 올린 아이퀘스트(1504 대 1)와 레인보우로보틱스(1490 대 1)도 올 1분기 상장사다.상황이 이런 탓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 주관사와 기관투자가들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기관이 수요예측 단계에서 너도나도 높은 금액을 써낸 탓에 공모가가 ‘뻥튀기’된다고 생각해서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주관사가 발행사의 기업가치를 비합리적으로 높게 책정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정한다. 기관들은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수요예측에서 무분별하게 높은 금액을 신청한다. 공모가가 상단 이상으로 결정되고 상장 이후 기관들은 대량으로 물량을 매도, 차익을 실현한다. 뜨거운 IPO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시초가 대비 흘러내리는 주가로 인해 손실을 본다.
IPO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은 지난 2월 ‘기관투자자 신주배정 가이드라인(가칭)’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격 발견 기여도가 낮은 기관에게는 신주 배정 시 불이익을 부과하는 한편, 장기보유를 확약한 기관은 우대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각 증권사에 전달한 뒤 2분기 중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국 관계자는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보호예수를 걸면 발행사의 상장 후 주가관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IPO 수요예측의 관행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개입 시도할 때마다 불붙는 시장 규제 논란
다만 투자은행(IB) 측 반응은 냉담하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수요예측 자체가 가격을 높게 써야 물량이 배정되는 구조고, 이를 토대로 제도가 굴러가는 것”이라며 “지금은 공모주 시장이 활황세지만 어느 순간 1, 2곳이 미달이 나고, 그러면서 점차 안정을 찾는 게 시장 원리”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IPO 담당 팀장은 “당국이 개입해 공모가를 높게 써낸 기관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면 기관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공모주 역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는 공모주 개인 배정 물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개인 배정 물량이 늘어나 기관 물량이 적어지면 경쟁이 심해져 적정 공모가를 산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모주 열풍이 거센 ‘핫 마켓’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고 향후 ‘콜드 마켓’에 들어서면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개인 배정 물량을 늘리는 방안은 올해부터 시행됐다.
당국은 지난해 9월엔 증권사가 가져가는 IPO 수수료의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시장을 규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수요예측 관행을 개선한다며 다시 IPO 제도에 개입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경쟁률 신기록 행진... 칼 빼든 당국
그런데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계속되면서 이제 수요예측 단계에서 IPO를 철회하는 것은 옛날 일이 됐다. 올 1분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25곳의 평균 기관 경쟁률은 1325 대 1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 평균(832 대 1)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모든 기업이 공모가를 희망 범위 상단 이상으로 결정했다. 희망 범위를 초과해 공모가를 정한 기업도 64%(16곳)나 된다. 지난해 1분기에는 3곳 뿐이었다. 이달 초 수요예측을 받았던 자이언트스텝은 기관 경쟁률 1692 대 1을 기록해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경쟁률 역대 2, 3위에 이름을 올린 아이퀘스트(1504 대 1)와 레인보우로보틱스(1490 대 1)도 올 1분기 상장사다.상황이 이런 탓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 주관사와 기관투자가들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기관이 수요예측 단계에서 너도나도 높은 금액을 써낸 탓에 공모가가 ‘뻥튀기’된다고 생각해서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주관사가 발행사의 기업가치를 비합리적으로 높게 책정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정한다. 기관들은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수요예측에서 무분별하게 높은 금액을 신청한다. 공모가가 상단 이상으로 결정되고 상장 이후 기관들은 대량으로 물량을 매도, 차익을 실현한다. 뜨거운 IPO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시초가 대비 흘러내리는 주가로 인해 손실을 본다.
IPO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은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은 지난 2월 ‘기관투자자 신주배정 가이드라인(가칭)’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격 발견 기여도가 낮은 기관에게는 신주 배정 시 불이익을 부과하는 한편, 장기보유를 확약한 기관은 우대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각 증권사에 전달한 뒤 2분기 중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국 관계자는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보호예수를 걸면 발행사의 상장 후 주가관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IPO 수요예측의 관행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개입 시도할 때마다 불붙는 시장 규제 논란
다만 투자은행(IB) 측 반응은 냉담하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수요예측 자체가 가격을 높게 써야 물량이 배정되는 구조고, 이를 토대로 제도가 굴러가는 것”이라며 “지금은 공모주 시장이 활황세지만 어느 순간 1, 2곳이 미달이 나고, 그러면서 점차 안정을 찾는 게 시장 원리”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IPO 담당 팀장은 “당국이 개입해 공모가를 높게 써낸 기관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면 기관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공모주 역시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는 공모주 개인 배정 물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개인 배정 물량이 늘어나 기관 물량이 적어지면 경쟁이 심해져 적정 공모가를 산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모주 열풍이 거센 ‘핫 마켓’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고 향후 ‘콜드 마켓’에 들어서면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개인 배정 물량을 늘리는 방안은 올해부터 시행됐다.
당국은 지난해 9월엔 증권사가 가져가는 IPO 수수료의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시장을 규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수요예측 관행을 개선한다며 다시 IPO 제도에 개입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