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프 전략, 바람직한 공약 vs 실현 가능한 공약

전주언 안양대 교수의 「1분 마케팅」
시간해석이론과 선거 캠페인
전주언 안양대 교수
◇ 국내 모 브랜드 컨설팅 업체 매니저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대로 MZ세대들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봅시다. 이번 기회에 클라이언트의 브랜드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도록 하죠.”(프로젝트 마감 6개월 전)“마감이 다음 주인데 아직 클라이언트 확답도 없고, 결제가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어제 제게 보여준 브랜드 CI 시안 어디에 있죠? 공유 좀 제대로 해주세요!”(프로젝트 마감 일주일 전)

◇ 국내 모 경영학과 교수

“이번 주에는 독자들이 디드로 효과 이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원고를 작성해야지. 최근 사례도 소개하면서 독자들에게 유익한 원고를 써야겠다.”(모 경제신문 원고 마감 일주일 전)“디드로 효과가 독자들에게 정말 유익할까? 그냥 원고 마감 연장해 달라고 할까?”(모 경제신문 원고 마감 일주일 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졸업할 때(2033년 2월)까지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는 모습을 희망한다. 하지만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자녀를 둔 부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부모와 같은 생각을 할까? 필자 지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졸업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출시 전 사전계약부터 시작한 K8 (kia.com/kr/vehicles/k8/microsite.html)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인식하는 미래 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다. 즉 미래를 인식하는 심리적 거리감에 따라 우리의 행동, 태도, 그리고 의도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시간해석이론(temporal construal theory)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마케팅 학계에서도 지난 20여년 가까이 많은 관심을 받아온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시간해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동일한 대상(혹은 사건)이라도 다가올 미래 시점에 따라 서로 다른 표상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먼 미래(distant future)에 놓이면 상위수준의 해석이 활성화되어 추상적(abstract)이며 본질적인(primary) 평가가 이루어지나 가까운 미래(near distant)에 놓이면 구체적(concrete)이며 맥락적(contextualized)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미래에 벌어질 과업을 평가할 때 아직 먼 미래라 인식하면 과업의 바람직성(desirability)에 초점을 맞추지만 가까운 미래라 인식하면 과업의 실현성(feasibility)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결혼식 날짜가 많이 남았다면 미래의 배우자와 함께할 낭만(바람직성)으로 가득하겠지만 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정말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맞는가(실현성)에 대한 고민이 시간해석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문화 카드뉴스(nec.go.kr)
필자는 2021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금 각 정당의 선거캠프에서 시간해석이론을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당장 2021년 4월7일에는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된다. 시간해석이론에 근거해 각 정당에서는 후보자 당선을 위한 효과적인 공약 캠페인을 계획해 보는 것이다. 유권자 관점에서 투표일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따라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평가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선거운동 과정에서 투표일이 아직 많이 남았다면 각 정당의 정통성이 반영된 이상적인 공약(바람직성)을 정책목표로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는다면 공약을 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실현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선거는 단순히 시간해석수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느껴야 할까? 각 후보자들의 정책 대결로 이어지는 포지티브 캠페인은 너무 먼 미래인가? 2022년 3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먼 미래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