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초청된 삼성전자…바이든은 어떤 청구서 내밀까

반도체 공급 불안 해결 위한 협조 요청할 듯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편 위해 투자 확대 요청 가능성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 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미국 백악관에 초청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중인 상황이어서 메모리반도체 1위이자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에 만만치 않은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 및 경제 보좌관들은 12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최근 반도체 칩 부족 상황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외신들이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참여하는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테크기업이 다수 초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초청의 표면적인 배경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제너럴모터스(GM) 북미 공장이 감산에 들어갔고,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포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NXP, 인피니온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한파로 셧다운 되면서 수급난이 악화하기도 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인해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백악관이 미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반도체를 공급해 달라는 협조를 글로벌 반도체 생산 업체에 요청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기업과 테크기업의 구체적인 수요를 듣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이어주는 것이다. 나아가 이번 백악관 초청이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뿐 아니라 미국의 장기적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2월 반도체를 포함한 4대 핵심 제품의 공급망을 100일간 조사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미국 내 반도체 자체 생산 확대를 위한 공급망 재편 작업을 본격화했다.

미국은 지난 1일 2조 달러(약 2천2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건설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중 미국 반도체 산업에 500억달러(약 5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의 TSMC에 이어 2위인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와 뉴욕, 애리조나 등을 대상으로 170억 달러(약 19조)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검토하며 주 당국과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자국 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를 독려하는 백악관이 삼성전자에 단기적인 반도체 수급 협조뿐 아니라 자국 내 파운드리 증설 투자를 독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곳을 설립하는 데 200억 달러(약 22조7천억원)를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은 반도체 공급망을 조사하는 미국 행정명령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며 "결국 미국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자국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