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미국산 무기 '마구잡이식' 도입에 우려 커져

아파치 1차분 합쳐 72대 확보…"무인기 시대로 가는데…"
'F-35A 20대 추가 구매 대신 F-15EX 구매' 주장도 확산
정부가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기종으로 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한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31일 제13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화상으로 진행해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의 기종을 국외 구매로 확보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총사업비 약 3조1천700억원이 투입된다.

대형공격헬기는 미국 보잉이 개발해 한국군도 운용 중인 아파치 가디언(AH-64E)급이다. 한국군은 2012∼2021년간 약 1조9천억원을 투입한 대형공격헬기 1차 사업을 통해 AH-64E 36대를 전력화했다.

방사청은 곧 사업 공고를 내고 국외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평가를 통해 기종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2차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안팎에서는 2차 사업 기종도 AH-64E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가 2016년 아파치 2개 대대를 창설해 이듬해 1월까지 36대를 작전 배치했다.

이후 작전과 훈련에서 아파치 성능이 입증됐고, 한국군의 평가도 호의적인 점을 고려한다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후속 기종도 AH-64E로 낙점될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3일 전망했다.

◇ 아파치 헬기 주한미군까지 120대…한반도 미래전장에 부합한가?
2차 사업 기종으로 AH-64E 36대가 낙점되면 한국군은 총 72대를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다 주한미군 48대까지 합하면 120대의 아파치가 남한지역에 배치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군이 아파치 72대를 보유하는 것이 한반도 전구(戰區)에서의 미래 전장 환경에 부합하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이 첨단 장비와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대형공격헬기를 다수 보유하는 것은 유사시 작전 임무 성공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

한국군은 지상으로 진격하는 북한군 탱크를 저지하고 해상으로 고속 침투하는 공기부양정을 격멸하는 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아파치를 도입했다.

아파치는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전장 환경에서 유용한 전력으로 꼽힌다.

헬파이어 공대지 유도탄 최대 16발, 스팅어 공대공 유도탄 최대 4발을 각각 탑재하고, 70㎜ 로켓 최대 76발과 30㎜ 기관총 최대 1천200발을 장착하는 등 화력도 막강하다.

문제는 미래 한반도 전장 환경이 과거 6·25전쟁 때의 방식과는 다르다는 데 있다.

북한은 핵과 다양한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신형 탱크와 기동성 있는 지상 장비도 계속 개발하고 있지만, 유사시 먼저 사용하는 전력은 핵과 미사일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으로 상대방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우선일 텐데 탱크만 잡는 전력에 치중하는 것은 전술·전략적 측면에서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육군의 한 장성은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력 강화 계획을 보면 과거 6·25와 같은 방식의 전쟁 개념은 폐기한 것 같다"면서 "북한은 앞으로 비대칭 전력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우리 군도 이젠 전투방식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의 한 전문가도 "우리 군은 아직도 분대, 소대, 대대, 사단, 여단, 지상작전사령부 편제 등 획일적인 중층구조를 고집하고 있다"면서 "그런 획일적인 부대 구조에 마구잡이식으로 무기를 꽂아 넣고 결과적으로 전략적인 융통성마저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의 다른 전문가는 "올해 기종을 결정하는 무기도 군에 작전 배치되려면 몇 년이 걸리는데 그 후 변할 전장 환경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이 무인기(드론) 등 무인전투체계로 빠르게 전환해가는데 유인기인 아파치를 대거 도입해 운용하는 것이 맞는지 효용성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시대 흐름이 무인전투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면서 "아파치를 이제 또 도입하면 40년은 운용할 것인데 이후에도 아파치 전력이 효용성 측면에서 유용한지 분석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F-35A 20대 구매 대신 F-15EX 구매 주장도 급속히 퍼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차원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 리스트'가 돈 적이 있다.

이 리스트에는 합동이동표적감시통제기(지상감시정찰기) 4대,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SM-3 함대공 미사일, 전자전기 6대, 공중통제기 2대, 아파치급 공격헬기 2차 사업 24~40대, 해상작전헬기 12대 등이 들어 있었다.

모두 미국산 무기로 한국의 구매 소요가 있는 것들이었다.

이 가운데 해상작전헬기 12대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MH-60R(시호크) 기종이 선정됐다.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36대로 줄어 AH-64E 기종이 유력한 상황이다.

오는 2028년까지 건조할 신형 이지스함 3척에는 1발당 250억 원가량의 SM-3 탑재가 유력시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뜬금없이 미국 보잉의 F-15EX 전투기를 구매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F-15EX는 한국 공군 주력기인 F-15K 개량 버전이다.

4.5세대급의 F-15EX는 최대 무장탑재량이 13.4t에 달한다.

공군의 F-15K(11t)와 F-35A 스텔스기(8.1t)보다 많은 폭탄과 미사일을 탑재한다.

F-35A보다 운용유지비가 저렴하고 후속 군수지원 등이 쉽다는 것 등이 도입을 주장하는 표면적인 이유다.

F-15K 성능개량에 5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데 F-15EX 구매 시 전투기 단가와 F-15K 성능 개량비까지 모두 깎을 수 있다는 그럴듯한 주장까지 퍼지고 있다.

막대한 운용유지비가 누적되는 F-35A 20대를 추가 구매하느니 차라리 F-15EX를 대안으로 검토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스텔스기는 유사시 은밀 침투해 핵·미사일 시설 등을 무력화시키는 국가 전략무기로 가치가 있다.

13.4t의 무장을 탑재하고 폭격기와 같은 임무를 수행할 4.5세대 전투기와는 임무 성격과 효용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울러 F-15EX는 한국형 전투기(KF-X)와 같은 4.5세대급이다.

공군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1차 양산 40대, 이후 2032년까지 2차 양산 80대 등 총 120대의 KF-X를 운용할 계획이다. 공군은 F-15EX 구매 주장이 퍼지고 있는데 대해 '냉가슴'만 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