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장 "제2공항 여론조사 쉽게 무시"…원희룡 비판

부활 대축일 메시지서 "민주주의 질서 도전, 도정 정당성 다시 생각"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주교)이 제주 제2공항 사업 정상 추진을 건의한 제주도에 대해 "제주의 미래를 위한 현 제주도정의 정당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고 비판했다. 문 주교는 4일 '예수 부활절 대축일 메시지' 교구 주보 기고를 통해 "민주국가의 행정은 도민의, 도민을 위한, 도민에 의한 행정이어야 함에도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이루어진 제2공항 여론 조사 결과를 행정권자가 쉽게 무시해 버리는 모습은 현대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주교는 "우리가 사는 제주의 현실을 바라보면, 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 환경 자원의 보존 가치를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 없이, 오직 단기적인 경제성과 일자리에만 매몰돼 있다"며 "무분별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개발이란 이름의 파괴로 인해 아름다운 중산간 지역과 해안 보존 지역이 훼손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주교는 또 "어처구니없게도 해결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와 더불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재앙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지하수 고갈과 오염 문제를, 불안한 미래로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실시된 제2공항 건설 관련 여론 조사 결과, 도민 전체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우세했고, 별도로 진행된 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 대상 여론조사의 경우 찬성 비중이 높게 나왔다.

이 여론조사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의 합의에 따라 도민 의견 수렴 절차의 하나로 이뤄졌다.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10일 "성산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제2공항 입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것으로 이해한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며 "국책사업인 제2공항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시했다.

원 지사는 이어 제주4·3희생자 추념일인 3일 '제2공항 건설사업 정상 추진 건의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며 서면으로 건의문을 발표했다. 도는 제2공항 건설사업 정상 추진 건의문을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해 추념식 이후 공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