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연속 올림픽' 마라토너 심종섭의 다짐 "5년 전과는 달라"

4일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서 극적으로 도쿄올림픽 티켓 획득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개인 최고 기록을 한참 넘어서야,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비까지 내렸다.

하지만, 심종섭(30·한국전력)은 운명의 시간 '2시간11분30초'만 머릿속에 두고 42.195㎞를 달렸다. 의지가 악재를 눌렀다.

심종섭은 4일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선발대회'에서 2시간11분24초로 42.195㎞ 레이스를 마쳐 도쿄올림픽 기준 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하며 우승했다.

심종섭은 경기 직후 '도쿄올림픽 마라톤 출전권 획득'이라고 적힌 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그가 2년 동안 꿈꾸던 순간이었다.

심종섭은 경기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회에 모든 것을 걸었다.

마라톤 기준 기록을 꼭 통과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훈련하고 레이스를 펼쳤다"며 "초반에 비가 오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 그쳤다. 도쿄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해 정말 기분 좋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성공한 건, 큰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도쿄올림픽 개막이 1년 미뤄지자, 세계육상연맹은 '마라톤의 올림픽 기준기록 통과 인정 기한'을 2021년 5월 31일로 정했다.

2020년에 엘리트 선수가 출전하는 국내 마라톤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2021년 초에도 수도권에서 마라톤 대회 개최가 불가능해지면서, 대한육상연맹은 예천에서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열었다.

풀 코스를 완주하면 오랜 회복 기간을 거쳐야 하는 마라톤 특성상, 이번 대회가 끝나면 올림픽 기준 기록 통과에 도전할 기회가 사실상 사라진다.

이번 대회에는 남자 선수 47명이 출전해 '마지막 기회'에 도전했다.

유일하게 기회를 잡은 선수는 심종섭이었다.

종전 심종섭의 개인 최고 기록은 2시간12분57초였다.

개인 기록을 1분 27초 이상 당겨야, 심종섭의 올림픽 출전이 가능했다.

심종섭은 "(2019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마라톤 풀코스 공식 경기를 치른 탓에 나도 '경기 감각'을 걱정했다.

솔직히 나도 반신반의했다"고 털어놓으며 "훈련할 때는 2시간9분, 10분대 페이스로 뛰었다.

'내가 한 것만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종섭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2시간11분30분의 벽을 통과했다.

이날 심종섭이 세운 2시간11분24초는 개인 기록을 1분33초나 앞당긴 기록이다.

한국 남자 마라톤 역대 공동 15위 기록이기도 하다.

연이어 대회가 취소되면서 흔들릴 수 있는 선수 마음을 다잡고자 애쓴 김재룡 한국전력 감독도 마음을 졸이며 심종섭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김재룡 감독은 "심종섭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살려 참 대견하다"라고 제자의 성공을 축하했다.
이제 심종섭은 도쿄올림픽 마라톤에 전념할 수 있다.

도쿄올림픽 남자 마라톤은 대회 마지막 날인 8월 8일 삿포로에서 열린다.

심종섭은 본 무대 목표를 '2시간10분대 벽 돌파와 순위 싸움'으로 정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겪은 아픔은 도쿄올림픽을 준비할 때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리우에서 심종섭은 부상으로 고전하며 2시간42분42초로 138위에 그쳤다.

심종섭은 "2016년에는 부상을 안고 뛰었다.

당시에는 어려서 순위 싸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2021년 삿포로에서는 다를 것이다.

나도 경력이 쌓였고, 몸 상태도 정말 좋다"고 자신했다.

그는 "올림픽에서는 순위 싸움이 중요하다. 2시간9분대를 뛰면서 다른 선수들과의 순위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게 훈련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