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영업익 '반도체 투톱' 빼면 10%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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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작년 실적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을 뺀 나머지 기업의 영업이익은 10% 가까이 감소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여실히 보여줬다. 기업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도 평년 대비 부진했다. 긴축경영의 영향으로 순이익률은 높아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착시'로
상장사 597곳 영업익 3% 늘어
긴축경영으로 순이익 18% 증가
의약품·음식료업 등 매출 호조
전문가들은 그러나 올해 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세 곳 이상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에 비해 50%가량 높다.
삼성전자 제외하면 영업익 6.4%↓
4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 597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합계 1961조76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7%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07조4072억원으로 이 기간 3.2% 늘었다. 순이익은 63조4533억원으로 18.1% 증가했다. 순이익 증가는 어려운 영업환경에서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선 영향이다.전체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 같지만 반도체 효과에 따른 착시현상도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1조4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SK하이닉스까지 빼면 66조4007억원을 기록, 이 기간 감소폭이 9.8%에 달했다.비교 대상인 2019년은 기업 실적이 기록적으로 좋지 않았던 해였다. 당시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583곳의 영업이익은 102조285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37.0% 줄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평가다.
반도체산업은 경기 순환주기상 상승 시점이 도래한 데다 비대면 수요가 많아져 상황이 좋았지만, 다른 산업은 대부분 코로나19 사태의 악영향을 피할 수 없었던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 이익창출 능력도 나빠져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도 부진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5%로 전년(5.1%) 대비 약간 개선됐다. 그러나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8년 8%대였지만 2019년 5.1%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도 5%대에 머물렀다.지난해 매출을 업종별로 보면 의약품(13.5%) 의료정밀(11.0%) 음식료품(5.9%) 전기전자(4.3%) 통신업(2.7%) 등 5개 분야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감소 업종은 12개나 됐다. 운수창고업(-16.4%) 감소폭이 가장 컸고, 이어 화학(-12.3%) 철강금속(-8.2%) 유통(-6.3%) 전기가스(-6.2%) 종이목재(-6.2%) 서비스업(-5.0%) 순으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연결 재무제표가 있는 금융업 42곳의 순이익은 2019년 22조7247억원에서 지난해 24조6343억원으로 8.4% 늘었다. 보험사(3조9638억원)와 증권사(4조313억원)의 순이익이 각각 35.0%, 31.0% 늘어 증가폭이 컸다. 반면 은행의 순이익은 4.7% 줄어든 1조5654억원에 그쳤다.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실적 반등…주가는 미지수
투자자의 관심은 올해 실적이 어느 정도 개선될지에 쏠린다. 증권가에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도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 교역 급증으로 수출 기업은 컨테이너선을 구하지 못할 정도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기업 253곳의 영업이익은 188조9166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127조3985억원) 대비 48.3%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도 52.4% 증가가 예상된다.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한국 기업의 상황이 좋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